
11세 천재 아들과 평범한 아들을 둔 미혼모 나오미 왓츠.천재 이야기에는 여느 때처럼 평범한 인간인 나로서는 흥미롭게 볼 수 있다.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아이 제이콥 트렘브레이가 천재형을 가진 평범한 동생 피터로 나온다. 연기 천재 제이콥…
아이들이 나오는 영화라 밝고 명랑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인 게 이 영화는 어둡고 까다로운 사회의 단면을 담고 있다.
남편을 일찍 잃고 혼자 웨이트리스 일을 하며 두 아들을 말리는 수잔은 너무 지치고 힘든 삶을 살 것 같지만 천재 아들이 재정관리를 완벽하게 하기 위해 (주식 분산투자, 신탁기금 세금까지 모든 전반을 관리해 수백 배로 불린다.) 게임도 하고 동료와 술도 마시고 평화로운 나날을 보낸다. 아버지가 일찍 세상을 떠난 게 아니라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가족이다.
그런 헨리를 주변 친구들도 다 좋아하는 줄 알고 그리워하며 믿음직스럽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런 아들을 너무 믿고 의지하기 때문에 어머니는 모든 결정을 할 때는 헨리의 의견부터 듣는다.
그런 헨리에게 가장 큰 고민이 있다면 바로 옆집에 사는 새아버지 글렌과 그의 딸이다. 처음에는 그냥 사춘기를 앞둔 소년의 청춘 드라마인 줄 알았는데 이야기는 그보다 훨씬 어둡다. 글렌은 경찰청장으로 그 지역에 모르는 인물이 없어 경찰은 물론 정치권까지 모든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그런 인물이 아내가 죽은 뒤 딸을 성적으로 학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합법적인 모든 방향으로 (교장에게도 찾아가 건의한) 이웃 소녀의 구명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누구도 그를 건드리지 못한다. 겉보기엔 글렌은 사회의 주요 요직에 자리 잡은 모범 시민 중 한 명이니까.
도저히 그녀를 구할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 헨리는 혼자만의 방법으로 글렌을 처단하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옳은 일을 하고 약한 사람을 돕는 일에 진심인 헨리. 하지만 자꾸 머리가 아파 결국 경련으로 기절까지 하고 병원에 가보면 더 이상 손댈 수 없는 큰 종양을 발견하게 된다. 그런 헨리가 생을 며칠 남기고 작성한 글렌 살인 계획이 바로 ‘북 오브 헨리’다. 살인 계획 외에도 헨리는 어머니가 죽은 후에도 재정적으로 문제 없이 편하게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모든 것을 마련해 둔다. 11살짜리가 말이야.
아들의 유언 같은 테이프와 노트를 발견한 수잔은 글렌을 죽이는 것을 반대했지만 평소 너무나 귀여워하던 옆집 딸이 실제로 곤경에 처해 있는 것을 목격하자 마음을 바꾼다. 헨리가 쓴 대로 총을 불법으로 구입하고 총기 사용 연습을 한다.
여기부터 스포.
글렌을 죽이기 위한 학예회 밤 아들이 죽기 전에 꾸며놓은 장소에서 마지막 방아쇠를 당기기 직전 동생이 영화 전반부터 줄곧 형과 함께 만든 자동장치를 사용해 (형이 죽고 나서 결국 혼자 완성했다!) 어머니는 천재였고 매우 사려 깊은 아들이었지만 아들도 11세의 어린 아이였다는 점을 떠올리며 방아쇠를 당기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
다만 글렌에게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경고하고 다시 아들의 학예회로 향한다. 다행히 헨리의 그동안 끝없는 이의제기와 옆 소녀의 무언의 도움 요청을 눈치챈 교장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감옥에 끌려가고 싶지 않았던 글렌은 자살하게 된다. 지옥이 있다면 끝까지 괴롭혀라 글렌.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온 동네 사람들이 필요하다는 말을 그대로 보여준 영화. 믿고 의지하던 형이 죽으면서 피터는 단 것을 더 이상 좋아하지 않았고 좀 더 성숙해졌다. 엄마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다시 동화를 쓴다. 옆 소녀는 수잔과 함께 살게 되면서 안정을 찾는다. 모두가 본래 있어야 할 올바른 위치로 돌아왔다. 헨리의 노력으로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보기 흉한 장면을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따뜻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정의로운 이야기임에도 아동 성폭력을 담고 있는 영화여서 유쾌하지 않다. 결론이 해피엔딩? 하지만 기분이 나쁘고 지저분하다. 글렌이 벌을 받아도 옆집 소녀가 성폭행을 당한 것은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괴로운 사실일 것이고 헨리가 죽은 것도 변하지 않아 즐겁지 않다. 그럼에도 추천하는 이유라면 가족 상실의 아픔을 동생 피터도 어머니도, 그리고 그 주변 사람들도 극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생은 계속된다. 살 수 있다면 끝까지 열심히 살자. 주변에 학대가 의심되는 아동이나 청소년이 있다면 적극 개입하자. 참견이라고 자기 일이 아니라고 귀찮다고 외면하지 말자. 인생은 계속되어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