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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으로 보는 범죄의 세계라는 부제가 붙은 범죄 기네스북이라는 책의 표지는 매우 인상적이다.
짙은 녹색 표지에는 오렌지색 피부에 노란 머리카락을 가진 어릿광대가 그려져 있다. 책을 읽기 전에는 우스꽝스러운 어릿광대로 느껴졌지만 범죄 백과사전 같은 이 책을 읽고 난 뒤 표지는 그리고 챕터마다 그려진 다양한 어릿광대들의 모습은 좀 괴기하게 느껴졌다. 아마 영화 조커의 영향인가 싶지만 책에 실린 다양한 범죄에 대한 설명으로 마음이 어수선했기 때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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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초의 범죄학 박사이자 최고의 범죄학자라는 저자는 범죄 없는 세상을 꿈꾸며 범죄학을 공부했다고 한다. 그러나 학자끼리 학문적 언어로만 범죄학을 이야기할 수 있는 현실에 대한 고민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 이제는 특정 계층뿐 아니라 모두의 언어로 말할 때가 됐다. 더 이상 학자만의 학술범죄학 Academic Criminology에 그치지 않고 우리 모든 언어로 이루어진 우리 모든 범죄학, 바로 대중범죄학 Popular Criminology를 누군가가 시작해야 한다. p8
12개의 챕터와 56개의 키워드로 구성된 이 책은 범죄 백과사전이나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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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 책에 실린 범죄 이야기는 오랜 역사, 넓은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
강간 연쇄살인 등의 기록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야 했다. 범죄조직의 수익률은 생각보다 높아서 놀랐다.그렇게 해서 지식의 양을 조금씩 늘릴 수 있었다.
야쿠자라는 말의 유래는 많은데 그중 하나가 도박인 오이 나가투구에서 가장 쓸모없는 조합인 야9(자)로 말을 만들어 인생을 무모한 도박처럼 사는 인간이라는 뜻으로 쓰였다고 한다. p36
전 세계에서 여성 재소자 비율은 홍콩이 가장 높고 외국인 재소자 비율은 모나코 왕국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최장기 징역형 순위라든가 멍청한 범죄자 안내 등은 흥미롭게 읽을 수 있고 도둑맞아 아직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베르메르의 <콘서트>라는 작품은 정말 궁금하다.
전쟁을 일으키는 원인인 종교와 이념에 따른 테러사건은 글자만 읽어도 끔찍할 정도였다.911사건 이전부터 납치사건이 빈번했던 게 신기했다. 기업범죄나 환경범죄자는 정말 항상 사람을 화나게 만드는 것 같아.
세계 최고의 보안장치가 있는 터키 시리브리 교도소와 세계 최다 규모라는 섬 자체가 감옥이라는 미국 라이커스 섬에 있는 교도소를 체험 방문해 보고 싶다고 한다면 철이 없는 것일까.
주로 외국에서 일어난 사건이나 범죄자로 기록돼 있으나 한국에서 일어난 사건도 하나 기록돼 있다.
<희생자는 최대이지만 형량은 최저인 재판>으로 기록된 대구지하철 참사 사건이다. 192명이나 희생된 이 사건으로 기관사들은 5년형과 4년형을 선고받았고 범인 김대한은 수감 중 지병사망했다.이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적는다.
2003년 2월 18일 그날의 비극은 한국인이라면 국가적 곤경과 수치심으로 가득 차 있으며 p197
범죄가 더 교묘하게 일상에 침투해 악의를 가진 타인에 의해 상해를 입을 수도 있는 세상이다.이 책의 주장대로 이 책을 읽는다고 범죄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범죄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이해하고 의식하는 태도를 갖추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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