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준 높은 청불영화 ‘오카미 사냥’
고어나 스플래터 같은 장르물은 과도한 잔인함 때문에 극장 상영작보다는 주로 2차 시장용 B급 영화로 볼 수 있습니다. 취향을 크게 타는 장르라 상업적으로 성공하기 어렵다 보니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폭력성 짙은 작품조차 수위에 한계가 있기 마련입니다. 최근 상업영화인가 싶을 정도로 최강 정상을 자랑하는 한국영화가 개봉해 세간의 뜨거운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피범벅이 된 청불 등급의 액션 스릴러 영화 ‘늑대 사냥’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것이 분명해 보이니 잔인한 영화에 자신이 없으신 분들은 넷플릭스 등 2차 시장에 개봉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습니다.
영화 ‘늑대사냥’은 <공모자들>, <기술자들>, <반드시 잡는다>, <변신> 등으로 유명한 김홍선 감독의 최신작으로 인터폴 수배자들을 이송하는 프론티어 타이탄호에서 벌어지는 생존 게임을 다룬 액션 스릴러 기반의 작품입니다. 영화 제목에서 늑대는 대부분의 등장인물이 악인에 가깝다는 사실을 상징하는데 재미있는 것은 악인들이 선인들을 사냥하는 구성이 아니라 강력한 악이 그보다 약한 악인들을 살육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단순해 보이면서도 아이러니한 제목이라는 점입니다. 주연은 가수는 물론 연기자로도 인정받아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배우 서인국을 필두로 장동윤, 성동일, 전소민, 박호산, 고창석 등 싱의 조화가 돋보이는 출연진 구성이 되었습니다. 이 영화는 13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되었고 손익분기점은 최소 200만명 이상으로 알려져 있지만, 상당히 높은 수준의 청불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거액의 제작비가 들었다는 점에서 모험적인 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작비에 비해 손익분기점이 낮아 보일 수도 있겠지만 최근 2년간 급상승한 티켓 가격이 반영된 결과로 추정됩니다.
아직 개봉 초기라 ‘큰곰 사냥’을 관람할지 고민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으시겠지만 딱 세 가지 관전 포인트로 정리하겠습니다. 아마 극장 흥행은 실패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관객들의 취향이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장르여서 선택에 참고가 되었으면 합니다. 먼저 첫 번째 관전 포인트는 최강의 잔인함입니다. 국내 상영작 중 이렇게 수준 높은 작품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차원이 다른 잔인함을 선사합니다. 대충 설명하자면 잔혹 스릴러로 유명한 김지은 감독의 <악마를 보았다>보다 수위가 높고 B급 옛말보다는 낮은 수준이 아닐까 싶습니다. 130억원의 제작비 중 인공혈액에 많은 비용이 들었다는 점만 봐도 시종일관 피가 튀는 작품임을 체감할 수 있습니다. 평소 잔인한 장면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극장 관람을 포기하는 것을 추천하고, 반대로 이런 종류의 장르를 선호한다면 만족할 것입니다. 다만 잔인한 연출의 품질이 그리 높지 않고 반복적으로 접하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둔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특히 음향 효과가 아쉬웠습니다.
두 번째 관전 포인트는 극 초반 특색 있는 연출과 주연 배우 서인국의 연기 변신입니다. 전체 2시간 분량의 상영시간 중 처음 40분 정도는 정말 몰입감이 넘치지만 감각적인 연출과 배우 서인국의 메소드 연기가 빛을 발하며 단순히 잔인함만 부각된 영화는 아니라고 느꼈습니다. 김홍선 감독은 주로 범죄 스릴러 장르의 작품을 연출하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해왔지만 데뷔작 ‘공무원들’ 이후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습니다. 이번 늑대 사냥 초반은 그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강렬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비록 중반 들어 부족한 개연성과 다소 의외의 전개로 아쉬움을 남겼지만 의미 있는 시도였다고 생각합니다. 배우 서인국은 그동안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범죄자 역할을 맡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밝고 재치 있는 이미지가 바탕이 됐습니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 보여준 그의 연기 변신은 매우 파격적이어서 앞으로의 활약도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세 번째 관전 포인트는 장르적 반전입니다. 영화 ‘늑대산영’은 개봉 전부터 높은 수준의 폭력성으로 화제가 되면서 액션 스릴러 장르일 것이라는 추측이 많았다. 이미 관람을 마친 관객의 상당수는 청불 등급의 액션 스릴러를 기대하며 영화관을 찾았을 것입니다. 모두의 예상대로 꽤 잔인한 액션 스릴러처럼 전개되던 이 영화는 갑자기 크리처 장르로 돌변하고 맙니다. 복합 장르가 대세인 시대이고 영화 ‘곡성’처럼 미스터리 스릴러에서 시작해 오컬트 분위기에 반전이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크게 성공한 사례도 있기 때문에 장르적 변화가 일어난다고 해서 그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크리처의 등장으로 가뜩이나 피투성이 연출이 더욱 노골적으로 살육의 장으로 전락한 점은 잔인함을 떠나 보는 이들을 당혹스럽게 했습니다. 하드코어 스타일의 잔혹 액션은 좋지만 근거 없는 전개로 전체적인 맥락을 무너뜨린 구성은 치명적인 약점이 될 것 같습니다.
‘늑대사냥’은 상업영화임에도 불구하고 파격적인 수위였다는 점과 극 초반 임팩트 있는 구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분명 의미 있는 도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잔인한 영화라고 개연성이 떨어질 이유는 없고 어차피 유혈이 많은 설정이라면 특수효과와 음향에 더 힘을 쏟아야 마땅할 것입니다. 전체적으로 장르적 특성을 극대화해 시선을 사로잡는데 성공했지만 완성도 측면의 아쉬움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극장 관람보다 넷플릭스나 IPTV 등 2차 시장에 공개됐을 때 감상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번 포스팅은 여기까지입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