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지 않는 천문학자는 별을

은파: 달빛에 비쳐 은백색으로 보이는 파도를 아름답게 나타내는 말

한때 천문학자를 꿈꿨을 정도로 우주에 관심이 많았지만 현실과 타협한 결과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직장인이 됐다. 우주도 좋고 에세이도 좋은데 천문학자가 쓴 에세이가 나왔다니 읽지 않을 수 없었다. 보통 이과 출신이라고 하면 수학, 과학은 잘하지만 글쓰기 능력은 다소 부족할 것이라는 편견이 떠오르기 마련인데 이 책을 읽는 동안에는 국어사전을 여러 번 찾을 정도로 고급 어휘가 등장하기도 했다. 영어 논문을 번역하면서 사전을 자주 봐서인지 혼자 추측하면서 쓰는 기록.

파도를 이기든 지든 보는 경험이 나를 노련한 뱃사람으로 만들어준다는 것을. 다시 새로움을 향해 출발해야 할 때,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파도가 밀려오는 것을 느낄 때 나는 과거의 나를 찾아간다.사회적 나이가 든다는 것은 다양한 것을 보고 듣고 접함으로써 감정이 있는 주파수는 진폭이 줄어들고 어떤 주파수는 증폭되는 구조를 갖게 되지 않을까.그건 모두 거짓말 같았다. 깡충깡충 뛰는 내 모습이 내려다보이는 것 같았다.

화를 내거나 슬플 때 그 감정을 머금은 채 일상을 살아가는 느낌을 잘 표현한 것 같다. 몇 년 전 일이지만 아직도 기억할 정도로 화가 난 적이 있었지만 당시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뛰어다니고는 있었지만 둘러싼 분위기는 어색했던 순간이 떠올랐다.팟캐스트로 이동진 영화평론가가 말한다. 경유지에서 아직 도착하지 않은 짐을 기다리는 동안 읽을 것도 쓸 것도 없이 아찔하게 바다만 바라보며 천천히 커피를 마셨다고 한다. 그러다가 계절이 지나가는 게 느껴졌다.친구들과 대화를 할까 말까 한 듯 가만히 누워 밤하늘을 보던 그때 돌고래가 조금 움직인 게 아닐까!… 그렇게 배운 별자리는 잊을 수 없다.

그냥 별을 보기 위해 사막에 간다는 목표를 고등학생 때부터 갖고 있었다. 몇 년에 걸쳐 2018년도에 찾은 사하라 사막에서는 매일 밤 누워 하늘을 보곤 했는데 머리 위에 있던 전갈자리가 시간이 흘러 멀리 오른쪽으로 움직이거나 보이지 않던 카시오페아 자리가 머리 뒤에서 넘어오는 것을 구경했다. 위의 문구를 읽으면서 그 순간이 떠올랐다. 언젠가는 몽골 사막에 가야겠다.

낭만적인 이야기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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