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기록] 와인소믈리에 자격증 KISA 주관 – 합격수기(?)

와인 좋아하는 네가 잘 알고 싶어!31세의 반란: 와인의 취향을 찾다

와인을 좋아했어, 오래전부터! 발효주와 잘 어울리는 막걸리, 와인은 쿨쿨떡을 즐겨 마셨다.

그런데 좋아하는 것 치고는 내가 와인의 어느 부분을 좋아하는지, 어떤 향과 맛에 취향을 느끼는지 잘 몰랐어. 라벨 디자인만 보거나 레드 화이트, 가격 정도만 구분해 구입한 5개 와인 중 1~2개는 실패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비싸면 좋은 와인이겠지 하고 생각하기에는 와인의 종류는 너무 다양해서 궁금했다. 마침 회사 교육 프로그램으로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주관 소믈리에 자격반이 생겼고, 그렇게 점심시간을 1시간씩 할애해 와인을 알아보는 기회가 생겼다.

우아하게 맛보면서 시음평을 공유할까 했더니 생각보다 어려운 자격증이라는 걸 첫 수업을 듣자마자 알았다.

와인이 처음 문헌에 기록된 시기를 설명하면 와인을 처음 양조한 것으로 추정되는 유물 사진을 보고 있었다.필기시험 관련 제본이 2권에 일반교재 1권! 이론이 무슨 의미가 있어~ 난 31살에 내 취향을 찾고 싶을 뿐이었는데!

코로나로 비대면으로 온라인 교육을 받으려면 더 그랬을 거야! 테이스팅 수업이 교육 후반부로 편성돼 있어 와인 맛도 보지 않고 포도 품종별 특징이 어떤지 텍스트로 보고 있노라면 크게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그렇게 과연 내가 자격시험을 볼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시작된 테이스팅 클래스!

필기를 통과하면 실기시험을 볼 자격이 부여되는데 실기시험에 5가지 와인을 블라인드 테이스팅하는 시험이 포함돼 있다.점심시간에 교육이 이뤄지다 보니 5잔의 와인을 다 마실 수는 없었고 입에 머금고 맛과 향을 느끼며 조금씩 뱉어내고 물로 입을 헹궈야 했던 점이 아쉬웠지만 테이스팅 클래스를 통해 흥미를 점점 끌어올릴 수 있었다.

※ 테이스팅 클래스에서 흥미로웠던 것은 내가 음식이나 음료의 ‘맛’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 ‘향’일 수도 있다는 점!

와인마다 포도 품종이나 텔루아에 따라 각각의 향이 조금씩 다르고, 이 점이 맛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던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물론 눈을 감고 코막힘으로 양파를 씹었을 때 그것이 사과인지 양파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실험을 하기도 하지만 양파는 눈물이 나니까..)

[필기시험 준비 과정 : 역시 시험 기간에 다른 것을 하는 것이 가장 자극적]

테이스팅 수업과 이론 수업을 함께 듣기 시작한 뒤로는 정말 능동적으로 공부했다! 회사생활 말고 다른거 하는게 제일 재밌어.

수업시간 외에도 유튜브에서 궁금한 점, 이해할 수 없는 점 영상을 찾으면서 흥미가 더 생겼다. 사실 요즘 시대는 유튜브에 – 잘 걸러서 보기만 해도 – 양질의 정보가 정말 많은데 직접 필요한 정보만 검색해보면 훨씬 도움이 됐다. 제본 교재 2권과 책 1권, 강의 내용을 한눈에 보고 싶어 필기 노트를 만들어 정리하며 공부했다. 지역별 포도 품종을 보려고 직접 지도까지 그리며 공부했지만 별로 자랑할 곳이 없어 기록해 둔다(?) 마침 노트 한 권 분량의 요약본 필기노트를 중얼거렸다.

이론을 대충 공부하고 나서는 기출문제를 몇 개 풀었는데 배우지 않은 내용도 나와서 이것저것 검색하고 찾으면서 공부했다. 학부 때 공부를 이렇게 했어야 하는데… 축축해…

그렇게 나는 백점 맞았어.^^초등학교때 이후로 백점 오랜만이네.

필기시험날이 생일이라 전날 와인파티하고 시험보러 갔는데 이것 때문에 백점인가? 소비뇽 블랑 맛있었다니… 덕분에 1등 기념으로 강의해주시는 교수님이 부상으로 와인도 선물해주셨다.♥ 프랑스 롱 지역의 지곤다스 ♥

[실기시험 준비과정 : 테이스팅, 서비스, 구술까지?] 이대로 소믈리에 취업인가?]

실기시험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1) 5가지 와인 품종, 빈티지, 국가, 서비스 온도, 타닌감 등을 맞추는 블라인드 테이스팅 2) 직접 와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황을 가정하여 이루어지는 와인 서비스(와인 따르는 법, 와인 오픈, 와인 추천 등) 3) 와인 필기시험에서 공부한 내용을 쉽게 듣는 구술시험

사실 교육 초반에는 필기시험을 걱정했지만 교육 중후반에는 실기시험이 더 걱정됐다. 그 이유는 처음에 나는 아무리 마셔도 타닌이 얼마나 강한지, 바디감이 어떤지 잘 구분하지 못하는 둔감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세부 향을 3가지 정도 골라야 하는데 선택 항목에 나와 있는 향을 내가 다 알 리 없었다. 백단나무가 어떤 향기가 나는지, 블랙커런트와 블랙베리의 차이가 무엇인지 사실 지금도 잘 모르겠다.

다만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정말 훈련처럼 여러 번 반복하다 보니 어느 정도 감은 왔다. 리슬링은 특유의 기름진 석유향(베드로향)이 난다든가, 이탈리아 포도 품종인 산지오베제나 나비오로는 루비색을 넘어 벽돌색에 가까운 색이 보이고 걸쭉한 느낌이 든다든가!테이스팅은 맛뿐만 아니라 향과 색깔, 점도 등 시각/후각/미각을 잘 다루는 훈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향과 맛의 레드와인이 어떤 것인지, 화이트와인은 어떤 것인지 알게 되는 계기가 됐다.계급장을 빼봐! 그런 느낌(?)

또 다른 난관은 와인 서비스였지만 늘 따주는 와인만 마셔온 나는 와인 코르크를 그렇게 잘 따는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와인 코르크를 부수는 편이라 매번 와인 오픈하는 주도권을 뺏겨왔는데… 자동 오프너를 가져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요즘 문명이 정말 잘 발달했는데 말이야.

우여곡절 끝에 실기시험 당일! 와인오프너를 주머니에 넣고 단정한 서비스복을 입고 경희대학교 호텔경영학부 강의실에서 실기시험을 마쳤다.

보통 화이트 와인 2개, 로제/스파클링 1개, 레드와인 2개 정도 비율로 블라인드 테이스팅이 출제되는데 정확한 테이스팅을 위해 뱉지 않고 오전 10시에 와인 5잔을 마셨다. 진짜 크래커가 같이 안 나왔으면 못했을 거야.

물론…서비스에서는 우려했던 대로 나는 코르크를 망가뜨렸다 ^_^아마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모두 맞췄음에도 불구하고 실기점수가 깎인 것은 와인을 오픈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억울하다…하지만 우수한 성적으로 실기도 통과하고 자격증 실물을 기다리고 있다!

물론 취미 자격증 정도에 해당하는 소믈리에_인터미디에이트 과정이었지만 오랜만에 뭔가를 준비하면서 스스로 재미있고 꼭 합격하고 싶었던 경험이어서 개인적으로는 너무 좋았다. 단순 자격증 한 장으로 끝내고 싶지 않아 이렇게 블로그를 통해 와인 기록도 시작했고 앞으로도 다양한 와인을 좀 더 음미하며 마실 생각이다. (앞으로도 와인을 마실 수 있는 핑계가 생겼다. 공인 변명)

작은 성취가 좋다. 작은 도전과 그에 따른 성공이 부스터가 되어 내 등을 떠밀겠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많이 마시고 배우고 기록하는 과정 속에서 나를 더 잘 아는 사람이 되자. 긴 합격 수기 겸 블로그 시작 계기 기록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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