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배움의 발견

2022.08.06. 일요일

타라웨스트오버가 쓴 배움의 발견을 모두 읽었다.일주일 동안 읽었는데 그야말로 대혼돈의 백스피크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이 책은 아주 좋은 책인데 아쉬웠던 것을 먼저 말하자면, 1. 책 홍보나 소개를 너무 모호하고 모호하게 해서 책의 진짜 내용을 추측하기 어렵게 만들었다.유명인의 짧은 추천사와 책 내용을 겉치레식으로만 극도로 축약하고 소개글을 써서 나는 정말 이 책이 이런 내용인지 전혀 몰랐다.2) 번역이 너무 안좋아 직독직해 수준은 아니지만 문장이 순탄치 않아 하역 수준으로 거칠게 옮긴 문장이 너무 많아 내용을 이해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었다. 독트린=교리, 비숍=교회 주교 등 외국어를 대체할 국어가 반드시 있는데도 굳이 외국어로 둬 가독성을 매우 떨어뜨렸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원서로 읽고 싶어졌어.

배움의 발견은 타라웨스트오버가 아이다호, 벅스, 피크로부터 아버지가 하나님의 계시를 받았다며 세계의 종말을 대비하는 데 심혈을 기울여 정부의 간섭을 일체 거부하고 아파도 병원에 가지 않고 아이들을 학교에 가지 않고 홈스쿨링이라는 명목하에 아이들을 자신의 표철처리장에서 일을 시켜 자신만의 교리를 가족에게 강요하고 억압하는 환경에서 자라지만 16년 만에 친오빠인 타일러에게 대학진학시험을 추천받고 처음 시험공부를 하고 대학에 입학해 공부법을 배우고 교환학생에게 간 케임브리지로 대학원의 추천을 받았다.

여기서 아버지, 자신만의 교리라는 것은 모르몬교 성경에 몰두한 나머지 글자 그대로만 받아들이고 매우 성차별적이고 인종차별적이며 선민의식에 심취한, 그래서 아동학대, 가정폭력도 아랑곳하지 않는 그런 폭력적인 교리를 말한다.

이 책의 2/3 이상은 백스피크에서의 이야기이고, 나머지 1/3은 아버지의 가치관과 세계관이 이 세상의 전부였던 타라웨스트오버가 교육을 통해 뒤틀려 잘못된 아버지의 세상에 고통을 느끼고 아프지만 꿋하게 자신의 자아를 찾아 성장하는 이야기이다.

백스피크에서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는 영화 테이크 쉘터가 생각났다.그곳에서도 주인공 아버지가 피해망상에 빠지지 않는 토네이도(혹은 스톰)를 갖춰 가족들을 피곤하게 만들었지만 나중에는 가족 전체로 아버지의 이런 피해망상이 전이되면서 온 가족이 함께 미쳐가는 이야기다.이 책 속의 아버지와 다른 가족들도 마찬가지지만 아버지의 정신장애로 인해 어머니가 영향을 받았고, 또 7남매 중 2명은 바로 아버지에게 빼앗겨 정신이 망가졌고, 그 속에서 스스로 길을 개척해 그대로 자기 가는 길이 4명이었다. 그나마 이들 4명 중 3명은 학교에서 교육 희망해 대학에 가서 박사학위까지 받았고, 1명은 일찌감치 생계를 위해 다른 지역에서 일했기 때문에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아버지를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어린 시절의 영향이라는 게 워낙 강력해 무의식적으로 병원에 대한 거부감이 깔려 있어 이를 떨쳐내는 데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또 아버지의 폐철처리장에서 생명이 위험했던 상황을 여러 차례 겪은 일이라든가, 숀 형에게 상습적으로 당한 굴욕적인 폭행이라든가, 이런 위협적인 상황을 무시하고 작가에게 오히려 악마가 씌었다고 질책하는 어머니와 친언니로부터 받은 이런 상처가 너무나 깊어 쉽게 치유되지 않아 작가가 박사학위를 마치고 이 책을 집필하는 동안에도 오랫동안 괴롭혀왔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공부하고 깨달은 방식으로 가족을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그러다 보니 자신을 지지해주는 몇몇 형제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됐고, 백스피크에 갇혀 사는 동안 왕래가 없던 엄마 가족과 새로운 인연을 쌓으며 새로운 가족이 생겼고, 또 학교 지인들, 사회에서 만난 친구들이 생겨 작가의 세상이 펼쳐지는 과정을 읽을 수 있어 이 책을 써준 작가에게 너무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이 내용들이 자전적 수필이 아닌 소설이기를 간절히 바랐다.너무나 허망한 교리에 사로잡혀 가족을 괴롭히는 아버지가 허구의 인물이기를 정말 간절히 바랐다.

그런데 이타라의 아버지도 유년시절 일터에 나가 일하는 자신의 어머니에게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 채 무방비로 아버지의 폭력에 노출되면서 생긴 트라우마가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작가의 아버지에게 피해망상과 양극성 증상이 나타났고, 이것이 자신의 아들인 숀에게까지 이어져 약자에게만 선택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일련의 과정이 너무나 비극적이었다.

타라 개인이 그 밑바닥을 벗어난 것은 너무나 축하할 일이지만, 거기에 아직 남아 있는 사람이 무서울 정도로 많다. 책의 끝으로 가면 이 가족이 펼치는 사업이 성황을 이루며 인근 주민에게까지 아버지의 교리와 이 가족의 영향력이 확장되었음을 알 수 있다.

워낙 좋은 글이지만 뒷맛이 씁쓸해지는 수필도 정말 오랜만이었다.소설은 뒷맛이 괴로워도 소설이니 금방 떨쳐버리고 잊어버릴 텐데, 이건 현실이라 오래도록 가슴이 아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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