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 심채경 / 문학동네 / 전자책

라디오 푸른밤 옥상달빛입니다에서 토요일 코너에 소개된 책. 달빛독서클럽에서 김겨울 작가가 소개해 주는 책은 항상 메모해둔다. 이미 여러 권을 읽었고 이미 읽은 책은 후기 기사를 보내 사정 당선되기도 했다. 혼자 읽는 것보다 함께 읽고 공감해주는 누군가에 의해 책을 읽는 것은 더 즐겁고 보람 있었다. 라디오 코너를 통해 알고 다 읽은 뒤 겨울서점 채널을 통해 그녀가 알려주는 이야기를 다시 들어보면 이 책이 더 매력적이면서도 천문학에 의미가 없는 나라는 사람에게도 정말 매력적인 글이기 때문에 기록해본다.

■ 우리만의 유니버스) 애당초 생일 밤에 가장 잘 보이는 것을 생일 별자리로 정했으면 좋겠지만 점성술은 그리 낭만적이지 않다. 목숨을 걸고 천체의 움직임을 읽는 진지한 운명론이다.

다들 나 같은 생각으로 이 책을 시작한 것일까. 천문학자가 별을 보지 않으면, 그럼 무엇을 하겠다는 거야? 그래서 그것과 관련이 없는 다른 천문학적인 일을 한다는 말인가?도서 분류로 보면 이 책은 에세이다. 그리고 과학도서 중 천문학에 해당하기도 하는데 나는 에세이에 힘써주고 싶다. 대한민국 과학자로서의 현실감 가득한 이야기. 직군을 과학자로 분류하기 전에 사회생활을 하는 워킹맘으로서 감내해야 하는 이유. 그리고 천문학자지만 비정규직이라고 소개할 수밖에 없는 직업 소개라니. 훌륭함 속에 숨겨진 날들 그래서 작가는 초반에 이야기인 1부 대학 비정규직 행성 과학자 부분에서 우리만의 유니버스라는 글로서 자신의 위치를 별자리에 빗대고 싶었던 게 아닐까. 낭만적인 것 같으면서도 결코 낭만적이지 않은 업을 가진 자신. 미디어를 통해 알아온 직업과는 너무나 다른 세계를 말이죠.

■ ‘실록’ 베리에이션) 나는 그들이 보내오는 이메일이 너무 좋아서 하나하나 읽어보고 각자에게 도움이 되는 힌트를 써줬다. 전혀 다른 분야를 전공하는 이들이 과학 연구의 세계를 잠시 방문하는 그 역사적 순간을 바로 옆에서 목격하는 재미가 있었다.

약 20년간 우주를 동경하고 우주를 연구해온 천문학자이자 교수인 작가. 전공이 아닌 교양과목으로 작가의 수업을 선택해 듣는 학생들이 보고 느낀 우주는 어떤 세상인지를 학생들이 보내온 메일로 체감하지 않을까. 학자로서가 아니라 평범한 어떤 사람이 보는 하늘. 업의 수단으로 보는 시선과 그저 흥미로만 바라보는 시선에는 온도차가 분명히 있을 테니까. 작가는 이 수업을 통해 우주를 바라보며 꿈이라는 것이 생겼고, 목표라는 것이 정해진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기 위해 더 기뻐하면서 학생들에게 피드백을 줬을 것이라고 추측해본다. 이건 누군가를 가르쳐본 사람만이 느끼는 행복이야.

■ 시적 허용은 허용되지 않는다) 대학이 고교 연장선이나 취업준비소여야 한다. 대학이 학문하는 곳이었으면 좋겠다. 공부라는 것을 좀 더 깊이 해보고 싶은 사람, 배움의 기쁨과 지식의 고통을 젊음의 한 조각과 기꺼이 교환할 의향이 있는 사람만이 대학에서 그런 시간을 보내면서 시간과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그러려면 고등학교를 졸업해도 사회적으로 존중받고 경제적 부를 축적하며 살아갈 수 있는 사회여야 한다.

배움에 대한 깊은 선배의 진심 어린 한마디. 아니 그보다 더 절실한 진심 어린 조언. 이는 작가가 같은 절차를 밟고 느낀 것을 포함해 작가가 가르치는 학생들을 보며 느낀 마음이기도 하고, 여전히 변하지 않는 시대에 대한 아쉬움 가득한 선배로서의 안타까움도 담겨 있다. 정말 학문에 뜻이 있어서 학교에 갈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나조차도 배움에 대한 열망은 당장 먹고살기에 밀려 취업이 잘되는 학과+당장 장학금을 주는 전공을 선택했다. 그래야 했고, 그 선택이 모두를 평온하게 만들었던 시절이었다. 아예 안 갈 수 없고, 가도 리스크가 적은 경우를 따져야 했던 게 벌써 10년이 넘은 이야기지만, 제 20대나 지금의 청춘이나 아직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 시적 허용은 허용되지 않는다) 너는 잘하고 있다고 너만의 특질과 큰 가능성이 있다고 네가 발목을 잡으면 앞뒤가 아닌 사방, 아니 만방에 길은 열린다고 왜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가. 스무 살, 스무 살은 그런 얘기를 들어도 되는 나이다. 그런 청춘들이 ‘대졸자’ 꼬리표 하나를 달기 위해 돈과 젊음을 들여 스스로 대학 안에 갇히는 기간, 사회의 틀에 맞추기 위해 스스로의 가능성을 기꺼이 가지치기하고 분재로 다듬어가는 시간, ‘보통 대학을 나와 왜 제대로 된 회사에 취직할 수 없느냐’는 어른들의 질문을 향해 전진하는 그 기간이 나는 너무 아쉽다. 왜인지는 질문한 이들이 더 잘 알면서도 말이다.

일단 기준점부터가 달랐다. 블라인드 채용이라고 해도 결국 고졸과 초대졸, 대졸로 나뉘고. 이력서 학력란의 한 줄 대학 졸업이라는 글을 쓰기 위해 주민등록증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등록금 빚이 생기는 이벤트도 열어준다. 좋은 어른들의 조언을 듣고 싶어서 강연회에 가도 학교에서 주최하는 것이나 특정 지역에서 하는 일이 찾아가면 입장 제한도 분명히 있었던 기억이 있다.한때 모두가 읽으며 앓게 했던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스친다. 아프면 아프다고 해야지 그걸 청춘이라고 하다니. 성인이 되더라도 여전히 부드럽고 느린 청춘들에게는 초보 하나라도 세상에 큰 업적을 남긴 어린 시절 그때와 같은 눈에 띌 정도로 과도한 응원과 마중이 비기도 한다.

■ 즐기세요) 과제가 끝나면 계약직 연구원인 나의 고용 기간도 끝난다는 뜻이기 때문에 과제가 끝나기 전에 미리 다음 과제 혹은 다음 직장을 알아봐야 한다. 과제제안서와 자기소개서, 연구계획서를 쓰고 그동안의 연구실적을 모아 양식에 맞게 입력하고 증빙자료를 만드는 것, 졸업증명서와 성적증명서를 새로 발급받는 것은 지겹지만 식탐과 과학자로서의 정체성을 좌우할 수 있는 신성한 작업이어서 소홀히 할 수 없다.

‘천문학자’라는 단어 옆에 ‘계약직입니다’라는 문장을 보면 정말 어색하다. 학문에 조예가 깊은 분들에게는 오랫동안 연구를 하고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하기 때문에 전문가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고 계약직 연구원이라니 이곳 세계도 결국 같은 곳인가 하는 의문도 생긴다. 주어진 과제가 곧 이들의 계약기간을 의미하며 꾸준히 자신을 어필하기 위한 증빙자료를 만들어야 한다. 결국은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구나 싶으면서도 이 세상에서 ‘먹고 사는니즘’에 대한 길은 결국 나를 좀 채용해 줄 만한 게 없음을 느꼈다. 저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대하소설 한 편 만드는 것, 그건 정말 꼭 해야 할 작업.

■ 최고의 우주인) 제가 봤을 때 정년을 앞두고도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제 대학원생들을 항상 자랑스러워하는 멋진 교수인데 고작 그런 시선이라니. 그것도 아직 젊은 대학원생 시야가 그렇게 구태의연하다니 저는 정말 깜짝 놀랐다.직장에서는 그토록 프로페셔널해야 한다면서 가정에서의 의무는 가볍게 여기는 아이러니는 무엇일까.

가장 힘들었던 파트변하지 않는 공간의 온도. 많이 배웠다는 사람조차도 그렇게 생각하는 상태. 내게 주어진 학문만 연구하고 성과를 내는 것으로 평가받지 못하는 역할의 일부. 종이 인형처럼 옷을 갈아입는다고 아예 남이 될 리 없지만 종이 인형 패션쇼처럼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야 상처받지 않는 세상은 여전했다.

■ 창백한 파랑) 더 멀리, 통신도 닿지 않고, 누구에게도 지령도 받지 않는 곳으로. 보이저는 수명이 다할 때까지 전진할 것이다. 지구에서 가져간 연료는 바닥났다. 태양의 중력은 점점 가벼워지고 그 빛마저도 너무 희박하다. 그래도 멈추지 않는다. 춥고 어둡고 광활한 우주로 묵묵히 나아가다. 그리하여 우리는 각자의 우주를 만들어 간다. 그래, 어른이 돼.

각각의 우주, 각각의 세계하늘을 올려다보면 이름 모를 빛나는 별, 행성, 그리고 명칭조차 정해지지 않은 그 무엇인가가 가득 채워져 있다. 그게 우리 이야기고 각자 삶의 흔적임을 알리고 판 것 같다. 페이지가 넘어갈 때마다 느끼기에는 이과형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글이 아니라 임무 완수를 위해 노력하는 예비 보이저호를 위한 멘탈 단련용 가이드북이라는 부제를 달아주고 싶다.

■ 해가 지는 것을 보러 갑니다) 그가 슬플 때 바로 해가 지도록 명령할 수는 없지만 해가 지는 것을 보려면 어디로 걸어야 하는지 넌지시 알려준다. 천문학자가 생각보다 꽤 도움이 된다.

저녁노을을 보려고 의자를 당겨 앉는 어린왕자처럼 의자가 흔들리고 그래서 앞이야? 뒤? 옆? 이쪽이 맞나?라며 다시 이과형 질문을 하거나 괜히 돌덩이 같은 코스모스를 뒤집어 놓는다.그러다 보니 나도 어른이라는 존재가 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걸어보게 된다.

■ 계절이 지나는 시간) 내가 조용히 머무는 가운데 지구는 휙, 빠르게 돈다. 1시간에 15도, 그것은 절대로 멈추지 않는 속도다. 별이 움직이는 것이 느껴져 눈을 동그랗게 뜬 밤을 떠올린다. 밤도 흐르는데 계절도 흐르겠지. 나도 이렇게 매 순간 살아 움직이며 삶을 따라 한없이 흘러갈 것이다. 내가 잠시 머무는 동안에도 밤은 흐르고 계절은 간다. 견디기 힘든 삶의 파도가 한바탕 휘몰아친 뒤에는 물밑에서 납작 엎드려 버텨온 내 몸을 위로하고 적도 바닷가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내려놓고 아찔하게 바다만 바라보고 싶다.

나는 이과형 인간도 아니고 특별한 지령을 받은 보이저호도 아니다. 천문학이라고 해도 집 근처 천문대를 돌아다니기 쉬운 정말 엉뚱한 연관성으로 어떻게든 인연을 만들어 보고 싶은, 그저 한 행성 안에 존재하는 인간일 뿐이다. 때로는 지구가 어떻게 돌아가든 행성 하나가 지구와 가장 가까이 스치든 달콤한 딸기 같은 붉은 달이 뜨는 날이든 하루를 사는 것이 더 중요한 그저 그런 인간이다. 정말 재미없는 부류의 하나다.그런 사람에게 천문학자가 쓴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는 것은 매우 낭만적인 비유 같아서 시도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책 소개 코너를 통해 이 도서를 만난 것이 오히려 감사했고 작가가 건네는 글씨의 힘에 많은 공부가 됐다. 정말 열심히 공부한 사람의 성공기 이전에 비정규직 연구원의 일상에서 아이의 엄마라는 직업이 추가된 과학자. 때로는 학문이 너무 즐겁고 사랑스럽거나 지루함 속에서 원하는 답을 찾기 위한 학자로서의 과정. 그런 노력만큼 잘 정리되고 읽기 쉬웠던 이 책까지도. 그래서 정말 좋은 과학자가 나왔다고 학술지에서 작가를 지목한 것 같다.

저 우주 속에 열정을 바친 작가처럼 나도 열정이란 것을 쏟아붓고 힘껏 노력해왔고 진지하게 도전한 사람이 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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