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과학에 대한 친근감을 느낄 수 있는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이 책의 리뷰는 썼다 지웠다 하면서 여러 번 반복했습니다. 이유는 즉, 저의 여러 감정들이 조금 애매하고 자꾸 이상한 방향으로 나오니까 엉망진창이 돼서 지웠다가 다시 쓰게 되었습니다. 저의 꿈은 과학자였습니다. 그래서 대학 진학도 그쪽으로 했고, 하지만 인생의 쓴맛을 제대로 맛봤고, 그런 이유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감정이 자꾸 얽힐 수밖에 없었어요.

후회와 미련이 가득 남는 그런 감정들이 자꾸 튀어나올 수밖에 없는 책이었습니다. 물론 천문학자가 꿈은 아니었지만요. 천문학자가 꿈이었다면 아마 펑펑 울면서 꿨을지도 모릅니다. 슬픔, 미련, 후회, 그리고 기쁨과 자부심이라는 여러 감정이 뒤섞여 본 책입니다. 개인적인 감정 때문입니다.

과학자가 꿈이었던 혼자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같은 길을 택할 것입니다. 대신 더 적극적으로 후회와 미련이 남지 않도록 돌진할 것 같습니다. 아이가 그 길을 간다고 하면 내가 본 그 길이 얼마나 가시밭길이었는지를 알려주고 굳은 마음을 가질 수 있게 해줄 것 같아요.

별자리 운세 이외에는 전혀 생소한 분야이지만 에세이라는 장르이기 때문에 과감히 도전해 본 책입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라는 단어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논문 속 ‘우리’는 논문의 공저자가 아니라 인류다. 달에 사람을 보낸 사람도 미 항공우주국 연구원이나 미국 납세자가 아니라 우리 인류인 것이다. 그토록 공들여 얻은 우주탐사 자료를 전 인류와 나누는 아름다운 전통은 당연하다.P266

전형적인 에세이지만 문장 속에는 항상 천문학이 녹아 있습니다. 글 속에서 천문학을 이해하고 천문학에 흥미를 갖게 되는 그런 책이었습니다. 하늘을 올려다볼 때마다 생각나고 우주 관련 글이나 기사를 볼 때마다 생각나는 그런 책입니다.

천문학자가 된 순간과 사는 법태양에서 1AU 거리에 있는 지구에서 5AU 거리의 목성으로 순간 이동하는 주문을. 그때의 나를 오늘의 나에게 했던 그 주문을. 그것은 매우 짧고 쉬운 문장이었다. “네!” p20 “네!”라는 말은 정확히 제 마음속에 들어왔습니다. 누구나 할 수 없지만 내뱉는 순간 많은 것이 변하는 마법 같은 언어입니다. 나 한마디도 못하고 그동안 스쳐지나가던 많은 순간들이 저절로 떠올랐어요. 저자는 그 마법 같은 언어로 천문학자가 되었습니다.

오늘 내가 할 일은 노력해서 받은 그 ‘연구면허’가 별 무용지물이 되지 않도록 연구자로서 할 일을 다 하는 것뿐이다. 평가와 평가를 받는 누구나 같은 삶을 묵묵히 걸어갈 뿐이다. 내일도, 그리고 모레도. p36 관측 로그에는 테스트용으로 촬영하거나 잘못 찍은 것도 그대로 기록하고 자동으로 저장되는 파일도 지우지 않는다. 『조선왕조실록』을 쓰는 사관의 심정으로 관측자 명단과 과측 대상에 관한 것은 물론 날씨, 온도, 습도, 풍향, 풍속 등 모든 것을 기록한다.p128 묵묵히 천문학자라는 연구 면허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천문학자라고 하면 하루 종일 별을 보고 천체를 관찰하고 그런 삶을 산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의 천문학자는 연구 면허를 가지고 그 연구를 사랑하고 노력하며 살아가는 하나의 인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가끔 어떤 직업에 대해 생각할 때 우리가 바라보고 싶은 면만 보려고 하는 생각도 들어요. 그들도 우리와 같은 삶을 살면서 그런 면을 자신도 모르게 배제하게 되는 우를 범하게 됩니다.

우주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의 길 그리고 할 수 있는 최선…당직자는 히죽히죽 웃으며 “그럼 즐기세요!”라며 다음 연구실을 점검하러 갔다.즐기다니. 내가 아무리 작은 소리로 음악을 틀어놨다고 해도 늦게까지 집에도 못 들어가고 모니터 앞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즐기다니 이게 무슨 말인가. 그러나 그가 건넨 인사는 매우 적절했다. 그는 이 연구원으로 오래 일해 온 것이 틀림없다. 적어도 신입사원은 아니겠지. 내가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있다는 걸 정확히 아는 걸 보면.P74 현재 번역도 훌륭하지만, 만약 오랜 후에 다시 새로운 번역이 나온다면, 나는 그때도 다시 개정판[코스모스]을 살 것이다. 질질 끌며 ‘아, 이 아저씨 또 사람을 선동하는구나!’ 하면서 책장에 꽂아둔다. 어쩌면 그것이 내가 우주를 사랑하는 방법이다.p87 그 옆을 오랫동안 지켜온 위성 카론은 명왕성의 이중행성계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카론도 자신을 뭐라고 부르든 상관하지 않는다. 명왕성, 그리고 자신보다 작은 여러 위성 친구들과 서로 중력을 주고받으며 오랫동안 멈추지 않는 그들만의 왈츠를 추고 있을 뿐이다.p245 늦게까지 일하는 사람에게 “즐겨주세요!”라는 인사는 아무나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당직자 분은 전달했고, 그 인사는 매우 적절하고 정확했다고 말하는 저자의 말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그게 뭔지 어렴풋이 알고 있으니까. 그리고 ‘코스모스’를 책장에 꽂아놓고 우주를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 논하는 장면도 잊을 수 없는 부분입니다.

정말 이분은 우주를 사랑하시는구나!

학회에서 발표자를 당혹스럽게 하기에 딱 좋은 나쁜 질문 중 하나는 ‘확실한가요?’다. 그 순간 발표자의 머릿속에서는 지금 자신이 주장한 내용을 반박할 수 있는 온갖 희귀한 사례가 주마등처럼 지나간다.(100%라고? 재미있네요. 제대로 된 과학자가 되려면 난 아직 멀었네.’p95~96 이런저런 생각으로 머릿속이 어지러웠지만 어쨌든 나는 나를 향한 호소에 꽤 응했다. 아직 탐사선 발사도 하지 않았는데 세계의 관심을 끌 정도로 한국의 달 탐사 관계자들이 열심히 잘하고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기 때문이다. 한국형 달 탐사에 사람들이 더욱 관심을 갖고 지지해 주기를 바라기 때문이다.P147 많은 생각 중에서도 이것저것 불리는 저자분을 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면서 관계자들에게 고마움을 갖는 저자의 모습에 이분은 과학자가 천직이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어디로 가면 좋을까? 하는 의문에 던져지는 해답지폐 하나에 천문학 관련 아이템이 3개나 새겨진 나라는 많지 않다. 해외학회에서 만난 다른 나라 연구자들에게 지폐를 자랑하면 한국인들은 천문학에 매우 관심이 많고 지폐에 새길수록 중요하다고 한다.그림이 새겨진 티셔츠와 NASA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를 판다면 어느 쪽이 더 팔릴까?앞으로 덧붙일 한국 천문학사는 더욱 다채롭고 그 가치를 널리 인정받아 더 많은 사람들의 환호와 함께 계속될 것을.P215 ‘천상열차 분야 지도’와 NASA 로고 티셔츠 중 정말 어떤 것이 잘 팔리는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우리 아이들은 어떤 티셔츠를 선택할지 명확하지만 어쨌든 이 생각에 쓴웃음을 짓는 것은 사실입니다.

대학이 고등학교의 연장선이나 취업준비처가 아니길 바란다. 대학이 학문하는 곳이었으면 좋겠다. 공부라는 것을 좀 더 깊이 해보고 싶은 사람, 배움의 기쁨과 지식의 괴로움을 젊음의 조각과 기꺼이 교환할 의향이 있는 사람만이 대학에서 그런 시간을 보내고 시간과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더라도 사회적으로 존중받고 경제적 부를 축적하며 살아갈 수 있는 사회여야 한다. 모두가 대학을 다니기 때문에 반값 등록금이나 국가 장학금이 국가적 관심사인 사회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일이다.p56이글에서한국사회가한국교육체계가나가야할방향이보일것같습니다. 내가 대학을 다닐 때 느꼈던 안타까움이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 유감입니다. 그리고 그 안타까움에 정면으로 파고들 용기가 저에게 없는 것도 유감입니다.

기본적인 교육만 받아도 사회적으로 존중받고 노력한 만큼 부를 쌓을 수 있는 사회가 구축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지만 그래도 모두가 이런 부분에 대해 생각하고 그렇게 생각이 바뀔 때 어느 순간 행동이 나오기 시작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쩌면 작가는 천문학이라는 이야기 속에 한국의 과학자들이 그리고 학문을 연구하는 모두가, 그리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보다 공평한 삶을 살아가길 바라는 희망을 담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은 이런 거 아니었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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