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전 준비 갑상선암 진단&

이제 와서 써보는 나의 갑상선암 투병기

평소 갑상샘 관련 지병이나 가족력이 없어 생각지도 못했던 갑상샘암.

“2019년 연말 건강검진에 이상이 없고 코로나가 무서워서 사람이 잘 안 몰리는 2020년 6월 건강검진을 갔는데 초음파 검사 선생님이 평소 갑상선이 안 좋으냐고 해서 아니다”라고 대답했지만 계속 화면 캡처를 당하고 있어 무척 불안했다.

검사를 해보라고 해서 친구 추천으로 이샘병원 정혜정 원장에게 진료를 했다.

아니나다를까 즉시 세침검사를 하자는 말에 성대 바로 옆에 있는 결절부위의 세침검사를 했다.

목에 크림을 바르고 대기하고 있는데 옆집 아줌마가 안쓰러운 목소리로 아가씨가 나이도 어려 보이는데 왜 그러느냐며 나도 지금 상황이 어떤지 모르겠습니다라며 세침 검사를 했다.

평소에는 주사 잘 참는 편인데, 위치가 너무 아프다고 했는데, 너무 아파서 다 끝나면 눈물이 찔끔…

토요일은 검사였고 월요일이면 바로 결과를 들을 수 있다고 했지만 자유로운 직장이 아니어서 정혜정 선생님의 진료일에 맞춰 2주 후에나 검사 결과를 들을 수 있게 됐다.

결과를 듣는 날 오전에는 시험 오후에는 진료 예약 그리고 울산의 숙소 친구랑 약속이 있었는데 숙소 친구가 같이 병원에 간다고 해서 시험장에서 친구를 만나고 병원에 갔다.

친구는 밝은 얼굴로 대기하고 있습니다.저도 별거 아니라고 생각해서 진료실에 들어갔는데 정말 드라마나 영화에서 본 것처럼 혼자 온 건가요? 결과가 나쁘구나 하는 선생님의 말을 듣자마자 시간이 멈춘 듯 그 뒤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카테고리 6의 갑상선 유두암오늘 아침까지는 아니었는데 갑자기 암 환자가 되었다.

진료실 문을 닫고 나오자 참았던 눈물이 흘러나와 화장실로 들어가 준과 동생 훈이에게 가장 먼저 전화를 했다.

다행이었던 건 이날 혼자 병원에 간 게 아니라 유주 언니 동생들이랑 같이 있어서 그래도 웃고 떠들 수 있었다는 거

오늘 결과가 나온다고 했더니 카톡으로 주변 사람들이 많이 물어봐서 ‘나 암이야’라고 했더니 전화가 많이 와서 웃고, 웃고, 울고, 다시 들어오고, 울고, 들어오고,

나보다 더 많이 울었던 내 친구가족들 지금 생각해도 슬픈 순간

암 환자가 됐지만 내 일상은 그대로.

어느날 일을 하고 있는데 모르는 사람이 택배를 보낸 거기에 전화를 하니 과수원이었어. 경주에 사는 친구가 없냐고 묻자 바로 생각났던 유미ㅠㅠ

친구가 많이 아프다고 비오는 날 아이를 데리고 여기까지 왔다며, 친구들의 마음도 예쁘고 나도 건강했으면 좋겠다며 과수원에서 무료로 보내줬다고 했다.

드시고 쾌유하세요.라는 따뜻한 말 한마디에 회사가 눈물이 나던 날.

원래 내 스타일대로라면 뭐든 여러 병원을 고민했지만 가슴관리에 자신이 없어 갑상샘암 로봇수술을 잘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신촌 세브란스 남기현 교수의 진료를 받으러 서울로 가는 길.

진료예약전화를하면바로다음주에오세요.그래서그때는몰랐지만,남교수의빠른진료예약이하늘의별따듯이.

비행기 타면서 이렇게 슬펐던 적은 처음인 것 같아

병원 가기 전날 노을 너무 기막히는데 마음이 가라앉지 않아.

드디어 초진 성대 옆에 온 종양 때문에 목소리 변화가 너무 걱정됐는데 남 교수님이 ‘그거 걱정 안 하셔도 된다고 – 본인이 수술하면 99% 괜찮아요’ 하시는데 교수님만 믿고 수술하기로 마음먹었다.

9월 22일 반절제 수술로 확정고민 없이 로봇을 골랐고 수술 전 검사는 2개월 전까지 유효하다고 해 첫 진료를 받던 날 CT 촬영, 심전도 검사까지 마쳤다.

CT 촬영할 때 리뷰를 많이 읽어본 게 도움이 됐다.후기대로 조영제 바늘은 아팠고 소변을 본 듯 엉덩이가 따뜻한 느낌이 신기했다.

  • 다시 부산으로 돌아와 – 민지 부부가 부산에 왔다고 해서 나갔더니 갑상선에 좋다며 복숭아 한 박스와 멜론을 선물해 주었다.
  • 이렇게 많은 응원을 받을 줄이야

곧 회사 휴직을 위해 휴직용 진단서를 발급하러 다시 서울행.

휴직까지 한 달이나 남았는데 회사는 이제 다음 인원을 충원해야 하니 서둘러 달라는 눈치여서 서둘러 예약을 잡았다.

토요일에 진료가 가능한 김진경 교수님을 예약하고 혼자 병원에 한번 와봤을 뿐인데 이제 익숙하다.휴직진단서 받고 마음도 싱숭생숭. 그렇게 쉬고 싶었던 회사였는데 이건 아닌 것 같아서.

이샘 병원에서 받아 제출한 세포 슬라이드도 내친 김에 받아왔다.

신촌역 1번 출구에서 탈 수 있는 셔틀버스. 본관에서 대부분 하차하지만 암병원 앞에 가서 혼자 내릴 때 마음이 아프다.

어떤 드라마에서 이런 대사를 본 적이 있어사람이 한 번씩 힘든 순간이 오는 것은 내 사람과 다른 사람을 구분하라는 뜻이란다.

나의 불행을 본보기로 삼듯 갑자기 갑상선 결절 상담을 꺼낸 사람도 있고, 모임에 나와 나 말고는 모두 행복해 보이는 것이 아닌가 여러 가지 못생긴 모드가 됐지만 이 시기를 거치면서 모든 관계를 풀기 시작했다.

나 말고는 눈에 보이는게 없달까?공교롭게도 이 병으로 처음 나만 보게 되었다.

마지막 출근. 섭섭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냥 기분 좋았어.이상하게도 성대 통증이 점점 심해졌고 급격한 체력 저하로 퇴근 무렵 녹초가 됐다.

수술을 앞둔 사람에게 술까지 권했던 거 잊지 않아.

입원을 5일 앞두고 휴직하고 접어서 쉴 틈이 없었다.로봇이든 절개든 어깨가 안 좋아진다고 해 약 명가에서 세워둔 마사지를 한꺼번에 받았다.

수술 후 로봇이 지나간 자리 통증 때문에 근육을 쓰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여서 실제로 별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뭔가를 하고 있다는 안도감은 된 것 같다.

평일의 햇살은 참 좋다.

세브란스에서의 4박 5일.요양병원에서 7박 8일 동안 화장을 못할 것 같아 눈썹 문신을 다시 했다.타투하러 갈 때마다 귀여운 몬모랑 놀다 오기.

  • 저번 사무실 언니들이 수술하기 전에 꼭 보고 싶다고 해서 궁수 언니 집에 4명이 모였는데 다들 편지에 못 온 언니들까지 용돈을 보내고 – 케이크까지 합쳐서 내 인생은 이제 최고일 것이라며 수술 전 응원에 찬 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아주머니들도 맛있는 밥에 내가 좋아하는 디저트까지 잔뜩 사오셨다.

다시 자르지도 않는 단발이었지만 다시 머리도 정리하고-

마지막 일정은 엄마랑 같이 잘 하고 오라고 맛있는 밥 사주신 것도 감사했는데 얘기하다가 울어버려서 저도 울컥했던 날해주신 반찬까지 다 제가 좋아하는 것들

서울 올라와서 도착했을 때의 사랑-다들 갑상선에 좋다는 거 잔뜩 보내줘 -살면서 다 갚아 가야지.

저희 집 근처 더운 여름날의 도림천 분위기 너무 좋았어.

그리고 나의 보호자 2. 훈이를 코엑스에서 만나 몸조리를 하며 수술 전 일을 끝냈다.

어쨌든 나에게 일어난 일 당시에는 ‘갑상선암’이라는 말만 들어도 마음이 흔들렸다.7개월이 지난 지금도 ing의 나

언젠가는 여기에 완치라는 단어를 남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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