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 제임스 웹 반사경과 (오른쪽) 보이저호 골든 레코드 황금으로 뒤덮인 육각형 거울. 찬란한 노란색 불빛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태양처럼 신비하고 어쩐지 더 높아 보인다. 그래서인지 보이저 1, 2호에 실린 황금 레코드처럼 이 임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일깨워 준다. 그런데 그게 고작일까. NASA는 왜 제임스 웹 망원경에 유리렌즈가 아닌 황금을 썼을까.1. 적외선을 관찰한다.

금(Au)의 파장별 반사율(%)의 인류는 과거부터 은이나 청동을 매끄럽게 닦으면 거울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가끔 과시용으로 황금을 썼지만 금을 거울 재료로 잘 쓰지 않는 이유는 바로 낮은 가시광선 반사율 때문이다. 우리 눈은 RGB(빨간색-초록-파랑)로 세계를 바라보지만 금은 녹색과 파란색을 과도하게 흡수해 노랗게 보여 거울로 적합하지 않다.

▲제임스 웹 vs 허블 망원경=가시광선 영역을 주로 관찰하는 허블 망원경의 집들은 우리가 흔히 쓰는 알루미늄을 코팅했다. 하지만 제임스 웹 망원경은 가시광선이 목적이 아니다. 우리가 볼 수 없는 적외선(0.6-28.5)을 관찰해 새로 태어난 별과 행성을 보기 위해 설계됐다. 금은적외선 영역의 빛을 99% 이상 반사한다. 그래서 돈을 쓰는 것이다.


(왼쪽) 18장의 반사판과 (오른쪽) 베릴륨 본판의 후면 테니스장 넓이만큼 거울이지만 정작 금은 120nm로 아주 얇게 코팅돼 있어 다 굳어져도 골프공 무게(48.2g)밖에 안 된다. 게다가 거울의 본판은 베릴륨(원자번호 4)으로 돼 있어 역시 가볍다. 베릴륨은 절대 온도에 가까운 극한 환경에서도 일그러지거나 변형되지 않고 형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최상의 재료 선택이라고 생각한다.2. 온도가 약해

제임스 웹의 우주 시간대 제임스 웹은 아주 먼 우주에서 날아오는 적외선을 관찰한다. 빅뱅 초기의 빛이었던 은하와 블랙홀이 방출하는 적색편이었던, 그 빛은 적어도 수십억 년을 날아왔으니 이미 약해질 만큼 약해졌을 것이다. 6m짜리 거푸집 거울임에도 불구하고 1초에 1개의 광자를 포집할까 말까 했다. 따라서 무엇보다 노이즈(방해 요소)를 차단하는 것이 핵심이다.

전도, 대류, 복사 일러스트 문제는 온도이다. 적외선은 몸을 따뜻하게 하고 자외선은 피부를 뜨겁게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따뜻한 물체는 적외선을 방출한다. 적외선은 온도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제임스 웹은 온도가 올라가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 5중 패딩도 겹쳐 입어야 하고 냉각기도 달아 지구 뒤편에서 태양을 최대한 피해야 한다.

제임스 웹 주요 부품 다이어그램 5중 패딩을 보자 제임스 웹을 처음 본 사람은 단언적으로 황금거울에 관심을 갖겠지만 여러 번 본 사람은 하단에 있는 분홍색 알루미늄 호일에도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이것은 Sunshield, 즉 태양의 복사열이 관측 센서까지 지나가지 않도록 겹겹이 쌓인 반사판이다. 특히 첫 번째 Layer는 50nm 두께에 실리콘을 발라 분홍색을 띤다.
다만 이렇게 큰 반사판을 끼고 있으면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우주선에 싣기엔 너무 크다는 점, 태양풍을 쐬어 궤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면 NASA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3) 반사판이 너무 큰걸?


제임스 웹의 첫 번째 종이접기 문제는 접어서 가져가는 식으로 해결한다. 그렇다고 적당히 접으면 원하는 모양대로 펴지지 않을 수도 있다. 마치 이어폰 끈을 주머니에 넣으면 늘 꼬이듯이 말이다. 이 때 등장하는 것이 origami(종이접기)이다. 사실 인공위성 제작자들은 종이접기의 달인들이다. 제임스 웹은 6번이나 꺾어 날려버린다.

제임스 웹 전개는 원래보다 지구를 벗어나자마자 낙하산처럼 활짝 펼쳐지는 것은 아니다. 일정 구간까지는 접은 채 날아가 5개의 태양반사판과 보조경이 펼쳐지다가 마지막에 움푹 패인 곳이 생겨 이때부터 초점 보정작업에 들어간다.

제임스 웹 반작용 바퀴 일러스트 두 번째 문제는 연료 분사장치와 반작용 바퀴(Reaction Wheel)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태양풍은 예상보다 강하고 불규칙하다. 제임스 웹은 장시간 동안 지점을 응시해야 하므로 궤도가 어긋나면 곤란하다. 그래서 연료를 분사하여 위치를 수정하거나 반작용 바퀴에서 나오는 회전 운동량을 이용하여 방향을 바꾼다.4. 라그랑주점, L2

달 vs 허블 vs 제임스 웹 망원경 거리의 햇빛은 간신히 막았지만 지구도 따뜻해 적외선을 방출한다. 그래서 지구에서 떨어질수록 좋다. 그리고 햇빛을 피해 지구 뒤에 숨어있기 때문에 다른 위성들처럼 지구 주위를 공전해서는 안 된다. 언제나 일정한 장소에서 지구 뒤에 숨어 있을 수 있는 곳. 그곳이 라그랑지안의 두 번째 지역 제임스 웹의 최종 목적지이다.

태양, 지구의 중력장과 5개의 라그랑주점 라그랑주점은 두 개의 무거운 천체가 있을 때 위성처럼 작은 물체가 중력을 누르거나 당김으로써 상대적 위치를 유지할 수 있는 5개의 점이다. 다만 제임스 웹은 현실적으로 L2에 딱 붙어 있기보다는 L2 주변을 궤도 형태로 돌 예정이다. 다만, 그 거리가 너무 멀기 때문에 (지구-달의 4배) 불량/고장시 수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제임스 웹 망원경의 기대수명은 10년뿐이다. 하이드라진(H2N4)의 접촉점화 방식을 이용하는 연료분사 방법은 거의 정확하다. 허블처럼 수리를 통해 수명을 2배로 늘리거나 3개월 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 탐사선이 15년이나 활동했을 것이라는 기대도 없다. 왜냐하면 연료가 그만큼 들어 있어 재충전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5. 크리스마스 선물


(왼쪽) 울트라 딥 필드(오른쪽) 창조의 기둥 ‘우주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로 시작하는 편지처럼 NASA는 내일의 크리스마스 선물로 제임스 웹 망원경을 준비했다. 허블망원경이 30년간 촬영한 사진들은 울트라 딥필드나 창조의 기둥처럼 인류 인식의 지평선을 송두리째 뒤엎었고, 그동안에도 사진 한 장 한 장에 머리 한 장 쏘는 듯한 충격을 주었다.


(왼쪽) John Mather (오른쪽)Mike Menzel 아쉽지만 이제 허블은 은퇴한다 하지만 앞으로 제임스 웹이 우리에게 어떤 사진을 선물할지는 정말 기대된다. 한국 시간으로 내일(25일) 오후 9시 20분에 이륙해 약 30일간의 여정 후 첫 사진을 찍어 보내는 그 순간까지 함께 응원하겠다. (카운트다운 링크) 이제 행복한 연말이 온 기분이다.
이 선물을 위해 애써주신 John Matter 노벨상 수상자 및 수석 천체물리학자, Mike Menzel 시스템 엔지니어 및 기타 고다드 센터의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이 글을 읽어주신 여러분께도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