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개발에는 다양한 산업계 기업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기존 GM, 포드, 벤츠, BMW 같은 기존 완성차 업체는 물론 테슬라 같은 전기차 업체, 구글, 애플, 바이두, 네이버 같은 IT 업체, 엔비디아, 인텔 같은 반도체 업체, 모빌아이, 보쉬 같은 자동차 부품 업체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이들 기업의 개발 현황을 살펴보겠습니다.
● 구글 웨이모
현재 자율주행 분야에서 가장 앞선 기업은 구글입니다.
2009년 구글이 자율주행차 연구에 착수하겠다고 발표하며 초기 버전을 제작한 이후 구글은 항상 자율주행 기술개발에 앞장서 관련 업계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아왔습니다.
구글의 자율주행차 개발은 ‘더퍼 그랜드 챌린지’ 2회 대회에서 우승한 세바스티안 슬렌 박사와 스탠퍼드대 팀, 3회 대회에서 우승한 카네기 멜론대 팀 출신 인재를 그대로 영입하면서 시작됐는데, ‘더퍼 그랜드 챌린지’에 관해 보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블로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자율주행차 4: 자율주행차의 역사(1)’ 포스팅에 이어 계속됩니다.미국에서는…blog.naver.com
초기에는 비밀연구소 ‘구글X’에서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 프로젝트로 진행했지만 2016년 구글에서 분사해 웨이모(Waymo)라는 독립회사를 설립하면서 자율주행 기술 연구를 본격적인 사업으로 구분하기 시작했습니다.
초기에는 토요타 프리우스, 렉서스 RX 450h 등 시판 완성차를 개조해 실험했지만 독자적으로 센서를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2014년 말 자체 제작한 차량 파이어플라이(Firefly)는 스티어링 휠(핸들)과 가속 감속을 위한 브레이크와 액셀러레이터 페달이 없는 자동차로 2015년부터 시험 주행을 실시했습니다.
<구글 파이어플라이, 출시: Wikipedia> 2017년에는 FCA(Fiat-Chrysler Automibiles)와 협력하여 크라이슬러의 퍼시피카미니반에 웨이모가 설계한 하드웨어를 장착하여 시험 주행을 실시한 구글은 이미 2020년 초 기준 공공도로에서 2천만 마일(3200만 km) 이상을 시험 주행하여 가장 많은 주행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습니다[i].
알파고를 개발한 딥마인드(DeepMind)의 인공지능 기술과 함께 구글의 자율주행 기술을 뒷받침하고 있는 다른 축은 지도 데이터베이스입니다. HD맵을 구성하려면 차선의 수와 폭 등의 형태, 신호등, 과속방지턱, 도로 주변의 사물 등의 자료가 필요한데 구글은 2007년부터 ‘스트리트뷰(Street View)’ 서비스를 통해 세계 대부분 지역의 HD맵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한 상태입니다.
지난 2012년 네바다주에서 제한적인 조건 하에 공식 시험운행을 시작했고 2013년 캘리포니아에서 첫 공도 실험을 진행한 구글은 2015년 텍사스 오스틴에서 파이어플라이를 이용해 공도에서 맹인이 탑승해 고주행한 첫 자율주행차로 기록되기도 했습니다.
실제 주행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뮬레이션을 진행하는 장면, 출처 : Waymo Blog> 2017년에는 세계 최초 ‘레벨 4’ 수준의 완전 자율주행을 시연하고 자율주행 택시 시범 서비스인 ‘얼리 라이더(Early Rider)’ 프로그램을 통해 상용화 테스트를 추진했으며 2018년 말 애리조나주 피닉스 도심에서 일부 고객을 대상으로 세계 최초 상업용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 ‘웨이모원(Waymo One)’을 시작했습니다.
2019년에는 캘리포니아에서도 승객 수송 허가를 받아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캘리포니아 규정상 승객에게 요금을 부과할 수 없어 안전을 위해 운전석에는 반드시 운전자가 탑승해야 했습니다. 또 2019년에는 그동안 수집해온 자율주행차 데이터를 오픈소스로 공개하고 2020년 3월에는 자율주행 배달 서비스인 ‘웨이모비아(WaymoVia)’를 시작했으며, 4월에는 차량 주변 상황 인지 능력을 향상시킨 5세대 자율주행 시스템 ‘웨이모 드라이버(WaymoDriver)’를 탑재한 차량 시험 주행을 발표했습니다.
웨이모원과 웨이모비아 서비스용 차량, 출처 : Waymo Web>과 같이 자율주행차 기술이 다른 제조사에 비해 가장 앞선 상황에서 구글 웨이모는 2019년 디트로이트에 자율주행차 공장을 확보했다고 밝혔지만 직접 자율주행차를 생산하고 공급하는 형태로 자동차 산업 자체에 참여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며 자율주행 호출 서비스, 운송용 자율주행 대중교통 시스템 판매, 자율주행차 기술 라이선스 등 자율주행차 서비스 또는 자동차 기업에 관련 기술을 제공하면서 자율주행차 관련 플랫폼 형성에 주력할 것으로 보입니다.
자율주행의 핵심 기술인 판단 기술은 주행 데이터가 축적된 빅데이터 기반으로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적용되기 때문에 시험 주행거리가 많을수록 더욱 정교한 알고리즘을 만들 수 있지만 웨이모는 2020년 초에 이미 2천만 마일 이상 주행했고 누적 주행거리 부분에서도 다른 제조사 대비 월등히 뛰어납니다(테슬라의 경우 상용 전기차에서 수집한 주행 정보는 구글보다 많다).
자율주행차 개발의 기술 성숙도를 주요 제조사별로 비교하는 데 절대적인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주행거리, 자율주행 해제 건수로 비교해 보면 아래 그림과 같습니다.
<캘리포니아의 주요 자율주행차 업체 2018년 주행실적, 출처 : 조선비즈> 조금 오래된 자료이긴 하지만 참고용으로 보면 2018년 기준 캘리포니아주 내에서 자율주행 시험 중인 업체는 전체 48개사였는데 웨이모가 운행거리와 기술 성숙도 면에서 가장 앞섰고, 그 다음은 GM이었습니다.
자율주행 기술 수준을 나타내는 요소 중 하나인 ‘자율주행 해제(disengagement)’는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자율주행 모드로 주행하는 동안 오작동 등으로 자율주행에서 수동운전 모드로 바꾸는 것을 말하는데 자율주행 해제 조건은 회사별로 다르기 때문에 이 요소만으로 기술력을 비교하는 자료로 무리가 있지만 GM과 웨이모의 해제 빈도가 경쟁사에 비해 현격히 낮았습니다.
● 오토X(AutoX)
구글이 2009년부터 자율주행차를 연구해왔고 다른 자율주행차 개발업체들이 수년간의 노력 끝에 관련 기술을 개발한 것과 대조적으로 매우 짧은 시간에 큰 화제를 모은 자율주행차 업체로 오토X(AutoX)가 있습니다.
오토X는 프린스턴대 컴퓨터 비전 및 로보틱스 연구실 소장을 지낸 장 션 샤오(Jianxiong Xiao) 교수가 2016년 봄에 설립한 회사로 2017년에는 레이더, 라이더, GPS, 소나 등 일체의 장비 없이 50달러짜리 카메라만 차량에 탑재해 자율주행 테스트에 성공했으며 관련 동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해 큰 화제가 됐습니다.
<카메라만으로 자율주행 시험에 성공한 동영상과 차량에 장착된 카메라, 출처: AutoX> 2018년부터는 새너제이(SanJose) 지역을 중심으로 자율주행차 기반 배달 서비스를, 2019년에는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캘리포니아주에서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를 일반인 상대로 제공한 회사는 웨이모보다 앞서 오토X가 처음이었습니다. 하지만 웨이모와 마찬가지로 캘리포니아주 규정으로 운전자가 탑승해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2020년 중반에는 웨이모에 이어 운전자 없이 자율주행 택시 시험을 할 수 있는 완전 무인운전면허를 취득했고, 비슷한 시기 알리바 그룹과 협력해 중국 상하이에서 자율주행 택시 100대를 운용할 수 있는 허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시각 분야 인공지능 기술로 강한 경쟁력을 갖춘 오토X이지만 카메라만으로 자율주행을 구현한다는 계획이 아니라 자율주행차와 승객의 안정성을 위해 레이더, 라이다 등 다양한 센서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오토X로보택시, 출처 : AutoX웹 > 현재 오토X는 완전자율주행을 목표로 자율주행 핵심기술인 인지·판단·제어에 이르는 운영체계와 소프트웨어 전반을 다루는 기술은 물론 클라우드 컴퓨팅, 5G 이동통신 기반 V2X, 3DHD맵 등 자율주행 인프라 기술까지 개발하고 있습니다.
오토X 관계자의 발언에 따르면 자율주행 택시와 자율주행 물류 배송용 경량 트럭 두 분야를 개발하고 있으며, 특히 서유럽에 비해 더 복잡하고 보행자 및 자전거 등이 훨씬 많은 중국과 아시아 도시의 도로, 운전자 및 보행자 상황을 많이 고려한 설계로 미국 시장보다는 중국 시장과 아시아 시장을 목표로 자율주행 차량을 개발하고 있으며, 중국 내 서비스를 위해 알리바, 디디추싱 및 다양한 중국 내 기업과 협력하고 있습니다.[i] [i] Waymo Reaches 20 Million Miles of Automous Driving, FORTUNE, Jan.7, 2020, https://fortune.com/2020/01/07/googles-waymo-reaches-20-million-miles-of-autonomous-driv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