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어두컴컴한 술집에 틀어박혀 줄담배를 피우며 지적이고 허세 농담을 나누다 보니 봄 세상이 좀 달콤하게 느껴지곤 했는데 어느 날 자리를 열어보니 보잘것없는 인간이 되어 있더군. 하찮게 어쩌면 앞으로도 영원히 더 이상 있을 수 없다는 불안감을 안고. 아울러 은지와 소윤은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은 자신들이 가진 것 중 가장 빛나는 것을 지금 바로 잃게 될 곳이라는 것을요.”p.250-251

2019년 5월 인공위성 독서회 ‘질문이 공전하는 시간’ 첫 주 비행운

Q. 과연 의미 없는 날개가 있을까요?

의미 없다는 말은 글자 그대로 의미가 없다는 뜻이 아니라 입버릇처럼 부정적인 이미지가 됐어요. 또 날개짓에는 본인의 의사가 있고 행동에 옮기려는 의지가 담겨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의미 없는 날갯짓’이라는 표현이 모순이 될 것 같았어요 의미없는 날개짓은 없다고하지만 제 인생을 보면 의미 없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때가 많아요. 머리로는 의미없는 날갯짓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내 인생에서 적용한다면 의미없는 일들이 존재하고 의미있는 일들을 하면서도 자주 ‘아, 의미없는 일이다.’라고 말할 때가 있죠. 그래서 둘 사이에 약간의 괴리가 있어요(웃음)

오점이라도 나중에는 의미가 있다는 것이 내포된 질문인 것 같습니다. 구태여 모든 일을 의미 있게 하라는 뜻은 아니었고 과거에는 의미 없었던 일이라 하더라도 나중에 돌이켜보면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저는 20대를 열심히 치열할 때나 사서 고생하거나 열정적으로 살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냥 아르바이트를 하면 하루하루를 벌어서 하루하루를 소진하는 미래를 보지못하고 하루하루를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많이 후회하고 있습니다. 쓸데 없는 돈 걱정 때문에 여행을 한번도 못 갔고, 교환학생도 해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한 가지 차이점을 보면 40대, 50대,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나비 효과처럼 작용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미완 : 날갯짓을 하니까 의미없는 행동이라고 이해했어요. 저는 의미없는 행동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나중에는 저에게 어떤 영향을 미쳐 의미없는 행동들이 쌓여 저에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지금은 부정적으로 볼 수도 있지만 나중에 자주 바뀔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날개짓이란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할 수 있는 계기인 것 같습니다.

질문을 보고 떠오르는 이미지가 하나 있어요 날갯짓을 하는 것으로부터 새의 모습을 생각해 내고, 그 중에서도 둥지에서 날갯짓을 연습하고 있는 작은 새를 생각해 냈습니다. 동물 다큐멘터리를 즐겨 보는데 은근히 깊은 인상을 남긴 것 같아요. 볼때는예쁘다앞으로살아갈수있을까?라는단편적인기억이그질문을보고바로떠올랐습니다. 세상은 어렵지만, 작은 새가 새롭게 시작하기 때문에 장래가 걱정되기도 하는, 여러가지 생각이 드네요.

Q. 소윤이와 은지는 언제부터 왜 끊기게 되었을까요?

어딘가를 꼽기가 애매한 것 같아요. 혹시 여행을 하면서 체력이 없다 보니 몸이 힘드니까 예전 같으면 참고 지낸 것을 꺼리거나 짜증이 나서 받아들일 수 없는 지경에 이르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럼 소윤이 입장이에요? 은지 말고?

글쎄요, 사실 두 사람 입장이 다 이해가 됐어요. 그래서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있구나 했는데 은지가 갑자기 호텔을 고집할 때 궁금했던 서윤도 숙소를 옮기자고 제안하자 서윤의 굳은 표정을 보게 된 은지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소윤이 입장에서 계속 지켜봤는데 은지가 짜증나는 포인트가 많더라고요(웃음). 여행지에 도착해서 이동하는 동안 캐리어 바퀴 소리가 크다고 했잖아요. 그 때 좀 짜증났던 것 같아요. 큰 항공사로 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여행에 설레이면 귀엽네 정도로 봐줄 수 있었지만 도착하고 나서는 여독도 생기고 피곤한 상태에서 경력을 거스르기 때문에 이 아이가 이런 상황을 생각하지 않았나?라는 속으로는 한심한 생각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전 여행할 때 편한 걸 추구하는 스타일이라서 그 점이 너무 답답했어요.

노구루 : 그럼 여행 시작부터죠ㅋㅋ

그때 임계점까지는 못 갔는데 좀 밀렸거든요 얄미워 보이기 시작하는 거예요 그때부터

은지 입장에서 읽었어요 소윤이가 실컷 불평해요. 그 부분이 이해가 안 가더라고요 싫으면 혼자 그렇게 생각하면 되는데 그걸 공감해 달라는 게… 마지막에 은지가 운 것도 그동안의 참음이 깨진 거죠. 짐이 많아서 신경 쓰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도와주지 않으면서. 그래서 은지가 많이 참았구나 하고 마음이 갔죠.

너글: 여자는 공감하는 이야기 같은데 과연 남자가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심리에 대해서 각자 입장을 서술하고 어느 정도 따라가겠지만 아주 세부적인 감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민철 씨는 어땠어요?

민철:여행을 가다보면 남자든 여자든 굉장히 예민해져요 물론 여러 일들이 맞물려 관계가 돈독해질 때도 있지만 사소한 일로 불편해지고 밀린 것이 터져서 안 좋은 이야기를 하게 되고 여행을 망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성별에 따라 그 양상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여행이라는 특수한 환경에 놓이게 된다는 점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일상에서는 각자 성별의 모습이 다르게 나타나지만 여행을 떠나면 공통점이 더 많아지는 것 같아요.

너글너글:음, 대답을 들어보니 이 질문도 제가 가지고 있는 편견이죠? 제 생각과 사이가 나빠진 결정적인 계기는 여행 그 자체예요. 소윤이는 여행을 거절했지만 남자친구와 이별을 계기로 여행을 가기로 결심했기 때문이에요. 여행지 숙소에서 은지가 남자친구와 연락을 한 후 소윤에게 너는 왜 남자친구에게 연락하지 않느냐고 묻습니다. 그거는 은지가 소윤이의 이별을 모른다는 거잖아요 그런 게 쌓여 있어서 여행이라는 민감한 상황이 되면 모든 게 결정적인 순간처럼 보일 거예요.(웃음) 만약 두 사람이 여행을 떠나지 않았다면 그 관계가 계속 유지되지 않았나요?

Q. 본인이 상상하는 결말을 알고 싶습니다!

민철:작가도 못한 걸 (웃음) 개인적인 느낌은 대학 친구라는 게 중요한 단서인 것 같아요. 직장동료라면목례정도는하지만대학친구니까저절로멀어지게되겠죠. 일상으로 돌아가면 각자의 삶을 살겠죠.

너글너글: 그렇죠 서로 생활의 층이 다르기 때문에 대학 이외는 겹치는 일이 별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귤 : 결말이 너무 다양할 것 같아서, 한가지만 말하기는 어렵네요. 민철씨 말씀처럼 만난 계기가 대학이다 보니 졸업 후 각자 살아가는 것 같기도 하고 또 다른 친구인 다빈이와 지금은 조금 어긋난 삼각형으로 관계를 맺었다면 나중에는 균형 잡힌 정삼각형으로 관계가 변화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도 세 사람이 가장 사이가 좋았기 때문에 지금은 간격을 조정하고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지내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요.

타빈이는 이름으로밖에 등장하지 않잖아요 그래서 큰 비중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관계에서 숨겨져 있는 점처럼 존재하고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생기면 다빈이가 중재 역할을 해 왔다는 언급도 있으니까요.

슬이: 저는 소윤이와 은지가 몇 달 지나서 그냥 지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그때 내가 왜 그랬지?’ 돌이켜서 좋은 기록이 있잖아요. “이때 얘가 잘해줬는데 조금만 참을걸” 하고 후회하고 나서 누가 먼저 “밥 먹었어?” “처럼 일상적인 대화를 걸겠죠 다시 친해져도 이걸 계기로 자주 싸우기도 해요 그 과정에서 다빈은 소외되고 두 사람이 더 돈독해질 겁니다.

혹시 그런 경험 있으세요?

경험은 없는데 동생이랑 여행가서 싸운 적은 있어요. 혈연관계지만 평소 친구처럼 지내니까 닮은 것 같기도 해요. 싸운 지 석 달 만에 “야, 밥 먹었냐?” 라고 먼저 연락해서 쌓인 감정을 해소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제가 만약에 은지나 소윤이 입장이었다면 친구들이랑 단독으로 힘들었다고 얘기할까봐 두려울 것 같아요 상대방이 그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그때는 그랬던 것 같은데 먼저 미안하다고 할 것 같아요. 그럼 그 친구도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무엇 때문에 신경이 쓰였나요. 그럼 그 친구도 “나도 그때 이랬는데 미안하다” 하면서 서로 감정이 잘 풀릴 거예요.

너글: 이 과정이 정석 아닌가요? 대화를 통해 조금씩 마음이 풀리고 오해를 이해하게끔?

슬기: 대화는 맞는데 상대방에게 말을 거는 방식이 저는 일단 미안하대요. 네가 이렇게 감정을 상하게 했다고 설명하기보다는.

너글: 그건 대화방식에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상대방의 나쁜 점을 들어 문제를 제기하는 방법이 있는가 하면 누가 먼저 굽히고 들어가서 관계를 복원하는 방식이 있을 테니까요.말씀하신 모든 결말을 다 이해하실 수 있을 거예요 심정상 그랬으면 좋겠다. 할 말이 있어요. 두 친구가 나름대로 자존심 싸움을 하고 있잖아요, 장점과 매력을 잘 아는 동시에 단점도 굉장히 잘 아는 사이니까요. 편하게일기를읽으면서이야기했던것처럼꼭일기가매개되지않아도지금은대화라는방식을통해서서로에대한평가보다부족한점을이야기하면서마음을풀어가고싶다라는것은있습니다. 이럴 것 같지 않아요.제가대학을졸업하고관계에대해고민하면서결론을내린부분과연결되어있는것같습니다. 대학교에서 만난 친구들과는 그동안 소윤이와 은지가 그랬던 것처럼 장난을 치곤 했습니다. 앞으로는 좋은 말을 더 해주고 싶고, 관계에 구멍이 나지 않도록 유지하려고 합니다. 친구 두 명도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이 관계가 더 중요해지지 않을까요.

또 지금은 그 친구의 어떤 점이 싫지만, 시간이 지나고 내가 싫어했던 그 행동을 하게 될지도 몰라요. 그러면서 상대방을 용서하게 되고 그동안 몰랐던 점을 알게 되어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은지는 엠피스 리플레이에서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찾아 재생 버튼을 누른 뒤 불을 껐다. 그리고 1700년대 바흐가 작곡한 음악을 2000년대 캄보디아에 온 한국 여성이 1900년대 글렌 굴드가 연주한 앨범으로 듣는구나 신기하고 놀랍구나라고 생각했다. 세계는 원래 그렇게 만날 일 없이 만날 줄 몰랐던 것들이 만나도록 프로그래밍돼 있는지도 모른다고 p.277.

질문이 공전하는 시간은 몇 시입니까.

<질문이 공전되는 시간>은 매달 선정되는 블라인드북을 낭독과 함께 읽고 이달의 질문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입니다. 책을미리읽어오지않아도독서모임은처음이라도부담없이참여할수있습니다. 두 시간 중 절반은 낭독하고 나머지 절반은 각자 쓴 질문을 추첨으로 뽑아 대답하면서 이야기합니다.독서모임이라 책을 꼭 구입하셔야 하는데, 구입하면 기부자의 사연이 적힌 질문 소책자(판매가 2,000원)를 무료로 드립니다. 기부자의 이야기를 통해 이 책과 질문을 만나는 새로운 경험을 해보세요!

#5월 질문은 어떻게 뽑았어요?

매월 받는 질문은 계절에 적합한지, 당시의 이슈를 담고 있는지, 많은 사람을 만날 때 이야기가 풍부해지는지를 고려하여 선정합니다. 기부에는 질문과 책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 질문을 담은 책의 내용 또한 선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죠.5월의 질문#과연 의미없는 날갯짓이 있을까요? 는 행복하기를 바라는 삶에서 불행을 만났을 때 당신에게 던지는 질문입니다. 불행한 과거 또는 현재가 단지 의미없이 지워져야만 하는 걸까요. 인생은 행복의 연속이 아니라 불행 속에서 한순간 얼굴을 내미는 행복으로 살아가는 게 아닐까요? 당신은 어떤 대답을 할지 궁금합니다.

#1 과연 의미 없는 날개가 있을까요?라는 질문에 기부자들은 어떤 대답을 했나요?

비행운의 단편들은 이야기가 끝났지만 모두 결말이 없습니다. 주인공들이 처해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더 나아질 거라는 희망조차 찾지 못하고 그냥 그 얘기 속에 그대로 남겨두고 있는 것 같았어요. 현실에 이리저리 쫓기며 힘든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언젠가는 주인공들도 하늘을 날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보다 나은 세상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바람에 의해 지금 처해 있는 현실이 더욱 어둡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그렇게 비행할 수 있게끔 다듬어지고 강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비록 지금은 어둡고 망막한 현실 속에 있어도 그 역시 나 자신이라는 것을, 이 시간으로 가득히 생각해 준다는 것을. 모든 일에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죠.

#질문 지점 #인공위성 2019년 5월의 질문 “과연 의미 없는 날개가 있을까요?”

서울독서회 주차별 주제 :

첫째 주 : 비행기 구름 5월 8일 수요일 / 5월 11일 토요일 둘째 주 : 내 자리는 어디로 5월 15일 수요일 / 5월 18일 토요일 셋째 주 : 멀리 떠나 5월 22일 수요일 / 5월 25일 토요일

질문서점 인공위성 ‘5월 서울독서회 신청’ https://forms.gle / M7 jFED 5c1ow5 kbWy 6

2019년 5월 질문서점 인공위성 서울독서회 참가 신청을 받습니다. [질문이 공전하는 시간]은 인공위성에 질문과 함께 기부된 책을 함께 읽고 한 달 동안 한 가지 질문을 주고받는 독서모임입니다 이달의 질문은 “과연 의미없는 날갯짓이 있을까요?” 입니다. 5월, 세상을 향해 날갯짓을 시작해 봅시다. 　　　　　　　　　　　　　　　 ●5월의도서:블라인드북#27 ●주차별 주제:첫째주:비행운 둘째주:내자리는 어디에, 셋째주:멀리 날아오른다●미팅 시간:낭독/고요한 모임, 각각 개설예정… forms.gle문의:인공위성(070-4642-0255, 물~일 오후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