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

현미경을 좋아한다. 현미경을 볼 때는 안경을 벗어도 초점을 맞출 수 있는 것은 좋지만 무엇보다도 미생물의 세상을 보는 것은 경이적이기 때문이다. 전지적 시점을 벗어나면 우리도 미생물에 불과하다.그들의 세계는 우리가 아는 자연계와 같다. 오직 한 방울의 물의 우주에서 펼쳐지는 세계일 뿐.인간이 고등동물이라고는 하지만 근본적인 생물의 습성이나 본성은 동일하다 다만 직관적인 본능보다 더 계산적인 이성이 있다는 것인데, 이 또한 생각해 보면 생명유지와 더 많은 자원을 확보하려는 고도의 능력일 뿐 미생물과 다를 바 없다.인간은 지능적으로 협력하고 합의함으로써 더 많은 발전을 이룰 수 있지 않겠는가! 하지만 일부 미생물도 협력해 더 많은 공간을 지배하고 있다. 인간처럼 계산된 협력이 아니라 생물적 진화에 의한 우점이지만 어떤 미생물은 이 우점을 위한 형태상 구조가 매우 유리하게 발전하고 있다. 개체 하나일 때는 힘을 못 내지만 이들 개체가 모이면 다른 미생물은 자연스럽게 이들 공간에 갇히게 되지만 살 수는 없게 된다.인간의 위대한 유산은 역시 특별한 것이 아니라 본능이 이룩한 거대한 유물일 뿐이다.수많은 미생물종 역시 더 많은 영양분 또는 부산물, 다른 종이 이용하기 어려운 틈새의 영양분을 확보하기 위해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능력을 살아간다. 인간이 부(금 등)를 모으듯 그들이 부를 축적하는 방식은 분열된 또 다른 미생물을 만드는 것이다. 우점 즉 부의 상태이다. 그러나 생태계는 호락호락하지 않다. 일종의 미생물이 늘어나면 이들을 먹고 사는 포식자가 나타나고 이는 연속적인 흐름으로 균형이 이어진다. 우점종이 발생했다는 것은 환경의 큰 특징적인 변화가 있다는 것이다. 환경오염이 대표적이다.

태초의 단세포 미생물이 진화해 도마뱀이 돼 원숭이가 됐고 인간도 저미생물로 시작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외계인이 존재한다면(우주 생명체는 분명 존재한다), 어떤 모습인지는 모르지만 시작은 분명 이 미생물의 세계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먹이를 찾아 분열하고 성장하고…한 가지 특징적인 것은, 미생물은 이들에게 주어진 환경에 맞게 발생, 성장, 우점을 하는데, 특정 환경에서는 그 환경에 맞는 구성으로 종이 성립한다는 것이다. 아프리카에 사는 동물과 아시아에 사는 동물이 다른 것과 같다. 갈라파고스나 테즈만 같은 독립환경에서 자라는 동물이 있듯이 미생물의 세계도 그렇다는 것이다.태초생명의 시작은 해저화산과 같은 고온고압의 극단적인 환경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유기물을 구성하는 원소들이 만나 복잡해지고 생명이 되어 인간과 같은 고등동물이 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나 역시 미토콘드리아가 모여 하나가 된 커다란 미생물에 불과한 또 나 같은 고등미생물이 모여 군집을 이루고 군집은 또 하나의 미생물이 된다. 지구가 하나의 미생물인 줄 알아?적어도 지구는 내가 보고 있는 이 한 방울의 물 세계와 다를 바 없어 보인다.현미경 속의 미생물은 생존을 위해 빠르게 움직인다.그렇게 물이 마르면 그들의 우주는 끝난다. 우리에겐 한순간의 시간처럼 보이지만 미생물은 영원한 시간을 살아간 것이다. 우리도 찰나의 시간에 만나고 헤어진다. 이 시간이 영원할 수도 있고 찰나일 수도 있다. ‘나’라는 입장에서는 찰나지만 나를 벗어 던지면 시간은 영원할 것이다.너의 과거 기억? 그것은 현재 당신의 머릿속에 들어있는 몇 그램의 단백질만, 이 순간만이 당신의 삶이다. 우리에게는 과거도 미래도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에게 존재하는 것은 보고 느끼는 이 순간뿐이다. 존재하지 않는 과거와 미래에 온 정신을 쏟는 것은 자신의 삶을 온전히 살지 못하는 것과 같다.이 순간에만 모든 것이 존재한다. 시간, 공간, 그 안의 모든 것을! 너도 지금 그래지금의 순간에만 존재할 뿐이다.

  • 가끔 하늘을 본다. 누군가의 눈동자가 보일지도 몰라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