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가 어렸을 때부터 편도선이 큰 편이었던 이비인후과에 갈 때는 의사 선생님이 아이가 또래보다 큰 편이라 당장 수술할 필요는 없지만 나중에 더 커도 줄지 않으면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고 하셔서 자연스럽게 자라면서 줄어들 수 있다고 하셔서 좀 지켜보기로 했다.그렇게 시간이 흘러 작년 초등학교 2학년 때 병원에서 받은 건강검진 때 학년이 더 올라가기 전에 수술을 하는 게 좋다고 하셨던 그 말씀을 듣고 고민이 많이 됐고, 차라리 수술하는 것보다는 빨리 해버리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시국에 걱정도 돼 과연 하는 게 맞나 싶었지만 그냥 아이를 위해 하는 게 낫다는 결정을 내렸다. 사실 수술이란 가급적 피하고 싶고 안 하는 게 최선이지만 하고 난 뒤 결과가 좋은 방향으로 바뀌면 되지 않을까 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수술이 결정된 후 여러 검사와 입원하기 전 절차가 있었다.우선 수술 가능 여부에 따른 검사를 실시했지만 편도 절제 후 지혈이 이뤄져야 하는데 정상적으로 나타내는 수치가 어니는 맞지 않아 추가 검사를 몇 차까지 실시했다. 피도 여러 차례 뽑아야 했고 병원도 수술 전 검사와 결과를 듣기 위해 추가로 진행하기도 했다.일단 수술이 결정된 뒤 진행된 검사에서 이상 결과가 있으니 못할까 걱정이 많았다.결국 추가적인 정밀검사까지 하고 나서야 이상이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나 수술 날짜를 정할 수 있었다.이때 생각만 해도 얼마나 속을 끓였는지…결정할 때까지도 고민이 많았지만 어렵게 결정한 뒤 생각지도 못한 이변으로 막막하고 힘들었다.그리고 진행된 입원 전에 코로나19 검사 수술을 하는 어머니와 보호자인 나도 검사를 받았고 모두 음성이 나와야 입원이 가능했다.일요일에 입원해 월요일에 수술을 하고 화요일에 퇴원하는 2박 3일 일정으로 남편도 일을 하러 가야 했기 때문에 둘째 미니는 친정에 맡기고 어머니의 도움을 받았다.일요일 오후 5시쯤 입원 수속이 진행돼 집에서 점심을 먹고 짐을 싸 남편과 둘째 아들에게 인사를 한 뒤 둘이서 경상대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 도착한 뒤 입원 절차를 거쳐 병실 안내를 받고 창가 자리에 앉았다.다인실에서도 창가 자리를 배정받을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인 것이 창밖에서 경치를 볼 수 있어서 별로 답답하지 않았고, 여러 사람이 함께 사용하는 공간이었기 때문에 개인적인 공간의 자유가 어려웠지만 창가는 조금 나은 편이었다.
집과 그리 멀지 않았지만 도착해보니 우리가 살고 있는 마을을 볼 수 있어서 더 좋았다.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침대에 누워본 아냑은 표정도 얼굴도 밝다.수술을 하기 전 편도염을 자주 앓았고 매번 편도가 붓고 열이 동반되는 증상이 있어 겨울철에는 여러 차례 병원에 가서 약을 처방받았다. 유독 편도염은 고열을 동반해 항상 편도가 부으면 기본 38도 이상이 돼 매일 밤 보초를 서야 했다.편도절제수술을 하면 잦은 편도염도 더 이상 앓지 않고 호흡도 편해지고 잘 때도 코를 풀지 않고 편하게 한다는 리뷰를 보니 엄마에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저녁 먹기 전에 뭐가 먹고 싶다고 해도 내일은 잘 못 먹으니 사주고 싶어서 병원 내 편의점에 들렀다.간단하게 먹을 간식과 생수를 구입하러 가는 도중 병원복 차림이 낯설었다.먹을 것을 사러 가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군.
수술 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먹은 병원의 식욕이 없다고 해서 잘 먹지 못했다.긴장도 되고 걱정도 되고 식욕이 안 좋았던 것 같았다. 아이 곁을 떠나지 못해 나도 함께 학부모 밥을 신청해 저녁에 해결했다.
그리고 새벽 5시 반경부터 수술 전 준비가 시작됐다.금식이라 일찍 일어나서 수술 전에 간단히 씻고 기다렸다.7시 반 첫 번째 타임 수술이라 간호사 선생님이 오셔서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시간을 맞춰 수술실로 이동했고 첫 타임에 아이는 엄마뿐이었다.많은 환자들이 수술실 대기 앞에서 차례로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네 번째쯤 어머니의 차례가 되어 담당의사의 지시에 따라 마침내 수술실로 들어갔다.담담하게 아이를 보내놓고 수술실 밖으로 나와 보호자 대기실에 앉아 있는데 왜 그렇게 눈물이 났는지… 아직 어린데 수술을 해야 하는 것도 그렇고 혼자 수술실을 들이는 엄마의 마음이 이럴까 싶었다.이비인후과에서는 간단한 수술이라고 했지만 전날 늦은 시간 전공의와의 면담에서 각종 일어날 수 있는 수술의 위험성과 수술 후 부작용 등에 대한 공지를 받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들어야 하는 내용이지만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그렇게 1시간 남짓한 수술이 끝나고 담임 선생님께서 나와 수술이 잘 됐다는 결과와 편도를 절제한 사진을 보여주셨다.그리고 편도의 일부 조직은 검사를 위해 따로 떼어 의뢰한다고 하셨다.
수술이 끝나고 회복실로 데리러 가서 잠을 자지 말라고 하는데 마취가 깨서 자꾸 일어나려는 엄마 때문에 힘들었다.아이는 꿈결에 입에서는 피를 토해내면 정신이 없었다.다행히 30여 분이 지나 진정되자 입원실로 옮겨졌다.정신을 차려보니 지루했는지 가져간 패드를 본다고 말해 보였다.만약을 위해 가져간 패드는 입원 내내 소중히 활용했다.가져간 책도 가끔은 읽었지만 집중해서 책을 읽는 것보다 편하게 영상을 보는 게 좋았던 것 같다.
걱정하니까 괜찮다며 브이를 보여주는 딸의 남편에게도 사진을 건넸고 수술이 잘 끝났다고 전화를 했다. 친정 부모님, 시부모님도 연서 수술을 걱정해 연락을 드렸다.
오후가 돼서 점심은 금식해야 하니까 힘없이 패드만 보던 딸의 아침밥은 엄마 수술 때문에 나도 안 먹고 기운이 없었는데 점심은 그래도 먹어야 힘이 나니까 간단하게 먹고 커피 한 잔 사와 마셨다.딸의 수술로 인해 나도 함께 긴장하며 잠을 설치고 피곤한 탓에 바빴지만 커피를 마셨더니 힘이 났다.
수술 후 저녁까지 금식이었기 때문에 먹을 수 있는 건 아이스크림이 시간을 가장 기대해온 딸이지만 목이 아파 제대로 먹지 못했다.그래도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이니까 먹을 수 있을 만큼 먹고 넣어뒀다.
힘없이 패드를 보고 책도 읽고 그렇게 수술 당일은 시간이 흘렀다.다음날 오전 일찍 담당 의사 선생님의 수술 후 경과를 보러 이비인후과로 내려갔다.카메라로 입안의 편도안 상태를 촬영해줬다. 지금은 딱지가 생겨서 잘 나았으면 좋겠다고 하셨다.2주 동안 먹는 것을 조심하고 부드러운 죽, 그리고 차가운 아이스크림을 먹어도 된다고 했다.
수술은 잘 마치고 잘 회복되어 집에 왔다.어니는 집에 와서 더 힘들다고 고백했다. 맛없는 엄마의 죽을 먹어야 하고 집에서는 계속 누워서 패드만 볼 수 없어서 힘들다고… 대신 아이스크림은 좋아하면 마음껏 먹을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그래서 집에 와서는 식사는 대충 해결한 후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버텼다.많이 못 먹어서 안됐지만 그래도 시원한 아이스크림이라도 먹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리고 2주 동안 집에서 엄마를 돌보기 위해 한 끼마다 부드러운 음식을 먹기 위해 나도 노력했고 나름 정성껏 만든 음식을 맛이 없다. 먹기 싫다를 남발해 거의 먹거나 먹지 않으려고 했다.화가 났지만 수술하고 아파서 회복 중인 아이를 뭐라 말할 수 없어서 참았다. 또 참았어 계속 참았어못 먹는 아이의 마음이 얼마나 될까 싶어… 곁에서 지켜보는 엄마의 마음도 탔다. 그렇게 늦은 시간은 흐르고 2주가 지나면서 먹는 것은 조금씩 좋아지고 경과가 좋아 무난히 딱지가 떨어지고 피도 나지 않아 잘 회복됐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들었다.
가끔 일년이 지난 지금도 어니는 말하는 그때 수술하고 마취가 풀려서 힘들었던 기억, 그리고 마음껏 눈치를 보지 않고 여름 내내 아이스크림을 담그고 살아온 것, 가장 웃고 말하는 것, 엄마가 만들어준 세상에서 가장 맛없는 죽을 억지로 먹어야 했던 지금은 웃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때는 서로가 힘든 시간이었던 것 같다.힘들고 예민해서 나도 마음의 여유가 없었고, 거의 한 달 내내 나도 함께 고생하면서 여름을 통해 엄마와 힘들게 지냈던 기억이 가장 남았다.그래도 건강했고 무사히 보내서 작년 여름이 생각나서 정말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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