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했던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 탐사 시리즈. 넷플릭스 고요의 바다 정보 –

8부작 넷플릭스 드라마 ‘고요한 바다’는 한국 우주 탐사를 소재로 한 최초의 시도이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승리호>가 우주 배경의 액션 활극이었다면, 이번에는 우주복을 입고 달 탐사 기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이어서 저마다 비주얼과 특성에 확연한 차이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액션 액션보다는 설득력이 필요한 이런 탐사 SF를 좋아하는 편이라 승리호보다는 더 기대했던 모양이다.

매번 넷플릭스 시리즈물을 보면서 느끼는 게 과연 이렇게 오랜 시간이 필요했을까? 몇 부작의 의미는 영화적인 문제가 아니라 비즈니스적인 문제일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냥 지나치지만 자꾸 이 몇 부작의 의미가 걸린다.

고요의 바다 역시 8부작 드라마로 꽤 긴 러닝타임이다. 그래서 그 긴 시간 집중해서 봐야 하는데 이 드라마는 초반 인물 소개와 개연성이 쉽게 집중되지 않는다. SF 영화답게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환경적으로 황폐해져 있는 지구의 모습에서 천천히 서사를 구축한다. 고개를 끄덕이는 장면도 있지만 간결하고 짧은 임팩트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느 순간 영화적인 산만함과 함께 쓸데없는 것에 더 신경 쓰는 모습이 느껴지고, 관객들이 보고 싶은 것과 영화 속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다른 느낌이 든다. 5부작 정도면 좀 낫지 않았을까?

결국 우주 공간에서 그 서사터에 대한 피드백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지금까지 보아온 보통 공상과학 영화 속의 이야기를 그대로 차용한다. 우주공간에서 임무를 수행하다 예상치 못한 사건과 마주치면서 대원들이 죽게 되면서 임무에 대한 의심과 함께 하나씩 밝혀지는 숨겨진 진실, 결국 우주공간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분위기와 서스펜스를 통해 영화적 쾌감을 만드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대신 화려하고 비주얼이 높은 우주 공간의 SF적 이미지와는 대조적으로 조금 침착하고 조용하게 시작한다. 달을 배경으로 국내 최초의 SF 탐사드라마이지만 달의 공간적 이미지보다는 대부분 기지 내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다. ‘고요의 바다’는 달을 배경으로 한 SF영화이기도 하지만 실내공간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미스터리 이야기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특별한 우주라는, 달이라는 공간을 어필하지는 않는다.

후반부에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고 나니까 얘기가 좀 무리긴 하다 결국 같은 얘기를 어떤 식으로 풀어내느냐는 숙제였겠지만 그래도 사건의 소재를 이용하는 방식이나 회가 거듭될수록 의문을 갖게 하는 진행은 나쁘지 않다.

다만, 한정된 공간의 한정된 등장인물이기 때문에, 그 인물에 대한 활용도가 매우 유감스럽다. 공유와 배두나는 당대 스타들을 캐스팅했지만 이들의 연기적인 측면에서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아 두 주연배우의 집중도가 크게 떨어진다. 특히 이들을 포함한 대원들의 대사 처리는 세련되지 않고 영화적 분위기와 맞지 않아 간혹 영화적 흐름이 끊기기도 한다. 각본에 대한 대사 처리가 아쉽다.

환경이라는 주제로 만들어진 달 탐사 드라마는 결국 우리의 가까운 미래에 대한 묵시적 현실을 암시한다. 그 가치와 중요성은 이미 충분히 예견됐지만 드라마 속 설정은 그 예견에 좀 더 다가갈 수 있는 미래라고 느끼기도 한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영화적 미술의 힘이다. 달과 우주 그리고 우주의 기지라는 공간 속에서의 이미지는 <승리호>에서 보여준 수준 높은 컴퓨터그래픽(CG), 시각특수효과(VFX)에 더해 인물의 소품과 의상까지 위화감 없이 매끄럽고 세련된 이미지가 영화적 완성도에 큰 비중을 차지할 만큼 인상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곧 본격적인 한국의 SF 상업영화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지만 승리호와 고요한 바다를 통해 처음 시도하는 우주공간과 SF적 상상력에 대한 우려는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다.

고요의 바다는 생각했던 본격적인 SF 상업드라마로서의 지표를 준비했는지 모르겠다.하지만 우리도 충분히 할 수 있는 발판이 된 것은 분명하다.첫걸음의 강도는 크지 않을지 몰라도 그렇게 내디딜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앞으로 나아가는 방향성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미스터리 이야기의 중심이 될 수 있는 서스펜스적인 효과는 좀 잠잠했다고 할 수 있지만 영화 속 메시지를 통한 근미래의 묵시적인 화두는 제시했다고 본다. 앞으로 이런 이슈들을 어떻게 걸러내고 발전시킬 것인가는 여전히 과제지만 단편영화부터 시작해 이렇게 긴 드라마로 자신의 이야기를 조용히 시작한 최한영 감독으로부터 박수와 응원을 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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