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위성 수명 연장의 꿈을 실현, 연료소진 위성에 도킹해 추진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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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러시아 프로톤 M 로켓이 발사됐다. 여기에는 2대의 인공위성이 탑재됐는데 그 중 하나는 노스롭 그루먼의 자회사인 스페이스 로지스틱스(Space Logistics)가 개발한 미션 확장 위성(Mission Extension Vehicle-1, MEV-1)이다. 이 특별한 위성은 정지궤도에 떠 있는 위성과 도킹해 수명을 연장시키는 임무를 띠고 있다.
탑재체에 구성된 MEV-1(가운데), 하단에는 블리츠-M 추진체, 상단은 프랑스의 통신위성이다. © ILS 정지궤도 위성의 수명은 통상 10~15년 정도로 설계되지만 실제 내구도는 설계수명의 2배 이상으로 제작하기 때문에 큰 고장이 아니면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위성이라도 궤도를 유지하기 위한 연료가 소진되면 폐기해야 한다.
2001년 발사된 정지궤도통신위성 인텔샛901(Intelsat-901)은 연료가 거의 고갈돼 궤도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태다. 이미 18년간 사용했지만 뜻밖에도 대부분의 기능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이 위성의 설계수명은 13년이다.
일반적으로 정지궤도 위성은 몸집이 크고 가격도 비싸다. 이런 고가의 통신위성을 새로 발사하는 것보다 추진력을 조금이라도 더할 수 있다면 경제적 효용성은 클 것이다. MEV-1은 연료가 떨어진 위성에 도킹해 궤도 유지 능력을 제공할 목적으로 개발됐다.
인텔샛901과 결합한 MEV-1 상상도. © 노스롭 그루먼 최초로 상업적인 인공위성 수명 연장에 도전 MEV-1은 향후 3개월간 ‘전기추진시스템(이온엔진)’을 사용해 인텔샛과 랜데브할 예정이다. 한정된 공간인 정지궤도에서 도킹하다 사고라도 발생하면 주변 위성에 피해를 줄 수 있다. 이에 따라 인텔샛은 약 300㎞ 고도를 높여 퇴역한 위성이 머무는 ‘묘지 궤도(Graveyard Orbit)’로 이동하고, 그곳에서 MEV-1과 도킹 후 다시 제자리로 복귀하게 된다.
인텔샛901과 결합한 MEV-1은 추진력을 대신 제공할 수 있다. 이 같은 위성 수명 연장을 상업적으로 시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허블우주망원경 수리를 위해 우주왕복선을 수차례 파견했고, 그때마다 로봇팔로 잡은 허블과 함께 고도를 높여 수명을 연장한 사례가 있지만 상업적 목적은 아니었다.
MEV-1은 로봇의 후크로 인텔샛의 추진 노즐을 잡고 도킹한다.©Northrop Grumman 로봇의 후크를 사용해 도킹 우주 공간에서 인공위성이나 우주선에 연료를 재급유하는 기술은 실용화되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화물우주선으로 우주정거장에 연료를 보급하는 것이 고작이다. NASA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설치된 로봇팔을 이용해 극저온 연료 무인 재급유 기술을 개발 중이지만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지금까지 발사된 거의 모든 인공위성은 별도의 도킹 시스템을 탑재하지 않았다. 그러한 위성과 결합하기 위해 MEV는 갈고리처럼 생긴 연결장치를 사용한다. 인텔샛 추진노즐을 꽉 잡고 고정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약 80%의 정지궤도 위성과 도킹할 수 있다고 한다.
인텔샛901과 도킹한 MEV-1은 직접 연료를 전달하지 않지만 향후 5년간 매년 약 1300만달러를 받고 궤도를 조절하는 계약을 맺은 상태다. 물론 계약 기간이 끝나면 다시 인텔샛 측과 연장 계약을 하거나 서비스가 필요한 다른 위성을 찾아 나설 수 있다. MEV-1은 15년간 자세제어 및 궤도제어를 담당할 정도로 충분한 연료를 탑재하고 있다.
스타링크 저궤도 통신위성©스페이스X 정지궤도 위성 수요 감소로 사업성에 의문스페이스 로지스틱스는 MEV-2를 추가 제작 중이며 위성 수명 연장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MEV 서비스의 사업성에 의문을 갖고 있다. 정지궤도 위성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사업은 이미 십여 년 전부터 추진됐지만 실제 상용화까지 너무 오랜 기간이 걸렸다. 정지궤도 위성은 제작비와 발사비용이 높아 수명 연장의 경제적 이익이 크다. MEV가 정지궤도 위성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그래서다. 그러나 대부분 정지궤도 위성은 통신위성이다.
최근 발사체 가격이 계속 떨어지면서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은 값싼 저궤도 통신위성을 수천 대씩 발사해 지구 전역을 초고속 통신망에 연결하려는 계획을 잇달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정지궤도 위성통신 사업 자체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노스롭 그루먼은 미군과 NASA를 대상으로 MEV 기술을 응용한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지금처럼 단순히 위성을 잡아 추진력을 제공하는 서비스 외에도 보다 복잡한 우주 재급유와 위성수리까지 시도하려 한다. 이에 향후 MEV 사업이 성공할지는 새로운 수요 창출 여부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학창의재단 사이언스 심창섭 객원기자 저작권자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