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후 첫 외래) 나의 갑상선암 이야기(20220127,

퇴원하면 병원에서 첫 외래 일정을 잡아준다.외과, 내과, 이비인후과를 들러야 하기 때문에 일정을 잡기가 쉽지 않지만 내 경우는 24일 월요일, 27일 목요일 두 번으로 나눠 일정을 잡아주면 불편할 것 같다고 27일 목요일 하루에 한꺼번에 다시 잡아줬다.최종적으로 전이 여부가 걱정돼 하루빨리 외래를 보고 싶었고, 함께 입원해 있던 어르신들과도 얼굴을 다시 볼 겸 월요일도 괜찮았지만 어쨌든 그렇게 됐다.

쉬면서 외래를 기다릴 때 또 말이 안되지만 두 가지 상반된 고민을 한다. 1. 아.. 만약 조직검사 결과 전이가 보이면 어쩌지?… 2. 아… 그런데 나도 암 아니면 어쩌지?

1)은 누구나 하는 고민일 테고. 재미있지만 2.에 대해서도 조금 고민해봤다. 나는 99% 이상의 확률로 암이라고 했고 암이 아닌 것을 암으로 오진했을 가능성은 극히 낮은데 이런 고민을 했다^^;뭐 0.1% 확률이라고 해도 나는 이미 갑상선을 절제해 버린 것은 아닐까. 게다가 암진단보험금을 이미 몇 천만원 수령했는데 암이 아니면 이거 다 토해내야 하는지 그런 생각도 들었다.(만약 암이 아니라면 정말 토해내야 하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그동안 나는 나름대로 휴식을 취했고 다시 회사에도 복귀했다. 예전에는 갑상선암 수술을 하면 한 달, 3개월처럼 병가나 휴직으로 쉬었다지만 요즘은 일단 병원에서 진단서 자체를 그렇게 길게 쓰지 않으려고 한다. 집에 있다고 육아로 쉬는 건 아니기 때문에 오래 쉴 생각도 없고 쉬는 동안에도 회사에서 이런저런 일로 연락이 많이 와서 일찍 복귀했다. 참고로 수술을 포함해서 2주간 병가를 냈다. 그냥 적당한 수준인 것 같다.그동안 기침/가래는 매우 좋아졌고 수술 부위도 처음에는 푸른 멍이 들었으나 멍도 거의 사라지고 겨드랑이 윗부분만 절개한 흔적이 보인다. 무거운 것을 들지 말라고 하지만 1015kg 정도는 들어도 문제없다.

아무튼 또 시간이 흘러 27일이 되었다. 막상 외래 가기 전날에야 문득 생각나는 것 같아.아니, 근데 왜 금식하라고 하지? 내일 피검사 안하나?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피검사는 하지 않겠습니다. 이유는 뒤에서…

처음으로 외과를 찾았다. 송라영 선생님과 수고하셨습니다.그런 얘기를 하고.우선 중요한 것이 최종적으로 림프선 전이 여부인데 수술 부위 뒤쪽에 있는 림프선 3개를 채취해 최종 확인한 결과도 전이가 없었다. 정말 다행이다. 그래서 조금 안심하고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것이다. 외과에서 최종 진단서와 연말정산용 장애인 증명서 등 필요 서류를 신청했다. 장애인 증명서에 대해서는 나중에 좀 더 설명하겠다. 외과는 3개월 뒤 다시 외래진료를 받기로 했다.

이어 내분비내과 정윤재 교수. 위에서 말한 ‘오늘 혈액검사를 하지 않는가?’에 대한 의문이 여기서 풀리는데 어차피 지금도 계속 신지로이드를 먹고 있기 때문에 오늘 혈액검사는 의미가 없다고 한다. 한 달 동안 약을 끊고 그 때 다시 혈액검사를 해서 약을 계속 먹을지 결정하겠다고 했다. “아니, 그러다가 한 달 동안 제가 기운이 없어서 쓰러지면 어떡하죠?”라고 묻고 싶었지만 그냥 부모님과 알게 됐다고 한다.그리고 중요한 건 수술 결과라고 생각했는데 외과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던 갑상선암이 튀어나왔다는 얘기를 하고. 이거 옛날 같으면 절제했다고 하시네. 이거 참지 못하고 ‘툭 튀어나왔다는 게 무슨 뜻이에요?’라고 물었더니 또 ‘갑상선이 살짝 튀어나왔거든요.’라고 설명해 주셔서… 그래서 그게 무슨 뜻인지 다시 물어보고 싶었는데 저도 교양 있는 사람이라 참는다. 집에 갈 때 생각해 보니 피막을 조금 침범했는데 전이는 없었다는 건가? 하고 나 혼자 지레짐작.* 나중에 수술 결과지를 볼 수 있는 아내에게 물었더니 말 그대로 갑상선암이 그냥 옆으로 살짝 튀어나온 거라고 하더라. 하.. 그냥 튀어나왔다고 설명해 주셨는데 나 혼자 답답해하는구나..

마지막으로 이비인후과. 여기는 아무런 설명이 필요 없다. 후후후후 소리 내는 것, 아아아아아 소리를 내는 것을 하고 이어서 공포의 비강경 검사. 오늘도 콧속에 비강경 카메라가 많이 들어간다. 코로나 PCR 검사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힘들다. 힘들어 죽겠으니 저렇게 해보세요. 소리내보세요. 정말 좋았던 건 분명 수술 전에는 양쪽 콧구멍을 다 했는데 이날은 한쪽만 했다. 어쨌든 그동안 하고 이비인후과 이세영 교수님을 만났는데 별일 없이 두 달 정도 소리를 내지 않으면 된다고 하셨다.

팁으로 실손보험을 청구해야 하는데 아시다시피 내 병원비는 무려 1100만원이 넘었지만 내 실손보험사인 메리츠화재의 경우 100만원 초과 건은 방문 접수하도록 돼 있다. 아…너무 귀찮은 일. 집에 오다가 문득 병원 1층 실손보험 청구기계가 생각나서 돌아왔다. 속는 셈치고 한번 신청이라도 해보려고요. 실손보험 빠른 청구라면 이게 사업자명 같은데 수수료가 1천원 발생한다. 방문 수고를 1천원으로 해결하면 어디냐고 하면서 접수를 완료했다. 접수하면 카카오톡으로 추가 서류를 제출하라는 연락이 오는데 그래서 최종 진단서를 제출했다. 다 신청하기 때문에 옆 실손보험의 빠른 청구로 파견된 것 같은 분이 설명해주시는데, “아, 1천만원이 넘는다고요?” 그래야 될 지 모르겠지만 아마 될 것 같아요.”라는 애매한 답변을 주셨다. 결과적으로 이틀만에 보험금 Get 성공.

마지막으로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는 연말정산용 장애인 증명서에 대해 간략히 설명한다.카페에 글을 보니 너무 어렵다고 하시던데요… 연말정산용 장애인 공제는 인정공제 중 추가공제에 해당한다. 우리가 연말정산을 진행할 때 배우자공제, 직계존속/비속공제를 입력할 때 그 공제다. 의료비 세액공제나 신용카드 세액공제와 무관하다. 세액공제가 아니라 소득공제의 일종이다. 종합소득세 대상이 되는 종합소득금액에서 더 보태고 빼는 것은 빼고 소득세법상 종합소득과 새로운 표준이 나오고 여기에 세율을 곱하면 종합소득 산출금액이 나온다. 소득공제는 여기서 말하는 빼는 것은 빼는 항목에 속한다. 세액감면이나 세액공제는 뺀 결과인 종합소득산출금액에서 차감하는 항목이다.

우리 같은 갑상선암 환자는 5년간에 한해 장애인 공제를 받을 수 있다.장애인공제는 추가공제이기 때문에 기본공제 대상이 장애인공제 요건을 충족하면 200만원의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기본공제는 또 본인공제, 배우자공제, 부양가족공제(직계존속, 직계비속, 형제자매 등)가 있고, 본인을 제외하면 1) 연령과 2) 해당 과세기간의 소득금액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다만 장애인 공제의 경우 연령제한은 받지 않지만 소득금액 제한은 받는다.그리고 유효기간 5년의 경우 나처럼 갑상선암 진단은 2021년 12월에 받고 수술 및 증명서 발급은 2022년 1월에 발급된 경우는 2021년부터 2022년부터인지 나도 궁금했는데 직접 발급을 받아보니 의문이 풀린다. 2021년12월부터로 되어 있다. 아마도 산정보험 특례 적용 대상자로 등록된 날짜부터 유효할 것으로 생각된다.* 혹시 틀리면 좀… 수정해 놓을게요

보험금을 조금 더 받고 소득공제를 조금 더 받는다고 해서 내 갑상선이 살아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암이 완쾌되는 것도 아니지만.이런 거라도 다 받아야 조금이라도 슬프지 않을 것 같아ㅋ 예전에 옆 파트 선배가 갑상선암이었는데 수술하고 보험금이 들어 벤츠를 선택했다. 그때 마음속으로 ‘아니, 뭐하고 있을까?’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이해가 간다^^선배가 왜 그랬을까. 뭐 그때 선배에겐 아이가 없기도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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