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내 손으로 번 월급을 받는 순간부터 유난히 배움에 돈을 아끼지 않았다.차려입는 것보다 뭔가를 배우는 재미로 더 많은 돈을 썼다.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그것이 뼛속까지 각인된 열등감 때문이었는지, 단지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바람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새로운 즐거움을 찾아 배우고 익히는 과정에서 꽃의 즐거움이 가장 크게 느껴지고, 꽃의 세계에 입문해 직업을 얻어 플로리스트로 일한 지 오래다.힘들 때도 많지만 적어도 여러 배움 가운데 가장 오래 머물게 한 매력은 여전히 있다.
일하면서도 더 배우고 싶은 순간은 많다.플로리스트 분야는 물론 창의성이 높은 영역이지만 나와 다른 취향의 플로리스트들의 수업, 작업, 진행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많다.그중에서 더 배우고 싶고 더 좋은 플로리스트가 되고 싶다.
배우고 싶은 꽃 수업 선생님은 대부분 수도권에 있어 일정이 맞지 않아 쉽게 참여하지 못한다. 그나마 코로나에서 온라인 수업이 많이 개설돼 아쉽게도 볼 수 있는 영상이 많아졌지만 꽃의 특성상 오프라인에서 직접 만나 꽃을 만지며 작업하는 수업은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눈에 담았던 플로리스트 원데이 수업 공지가 뜬 것을 보자마자 신청해 두 달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절실함이 여기에 있다.서울 수업에서 첫차를 타고 수업이 끝나자마자 버스를 타고 돌아가야 하는 빡빡한 일정이지만 2시간짜리 수업으로도 들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선착순 수업에 예약을 해야겠다는 마음이다.

첫차를 타고 도착한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을 구경할 여유가 없다.지도 위에 나와 있는 스튜디오를 찾아 수업에 늦지 않기 위해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다행히 늦지 않게 도착해 자리에 앉으니 4시간 가까운 거리에서 조금 피로가 풀렸는데 테이블에 놓여 있는 꽃 한 송이, 프린트, 가위가 마음을 설레게 한다.
정말 오랜만의 학생으로서의 꽃 수업이다.정말 오랜만에 하는 꽃작업이다.


아무래도 먼 곳에서 왔기 때문에 학생들 중 가장 먼저 도착해 준비해 온 재료를 천천히 썼고, 늘 온라인으로만 만나던 조조 선생과도 이야기를 나눴다.영국에서 플로리스트로 오래 활동하다 귀국해 책도 쓰고, 현재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선생님은 역시 직접 만나 뵙고 있기에 아우라가 달랐다.

재료 컷을 찍게끔 준비해 주신 화기들
학생들이 모두 도착해 선생님의 재료 설명과 시연이 있은 후 오늘의 주제 Botanic Handtied를 제작했다.
8명의 학생은 원데이만 들은 분, 전문가반까지 들은 분, 매장 오픈을 앞둔 분, 현재 매장을 운영하는 분 등 다양한 분이었다.보통 조조 선생의 원데이는 처음 꽃을 접하는 분보다는 꽃을 만지러 오는 분들이 더 많이 들으러 온다더니 역시 다들 너무 잘한다.



처음 보는 꽃과 소재도 있었다.플로리스트로서 오래 일하다 보면 알게 모르게 방법이나 취하는 재료 등이 한정적으로 굳어지게 된다 그래서 이렇게 한번씩이라도 다른 취향의 꽃을 접해 보고 배우는 시간이 필요하다.




마당에 있을 법한 분위기의 핸드 타이드를 만들어 수정해서 묶어서 다발로 가져오는데 길지 않은 2시간 반 남짓한 꽃 수업시간이 꿈이었을까.정말 감사했다.

아~ 이래서 내가 꽃을 시작했어나 꽃 엄청 좋아했는데매장을 운영하며 여러 취향의 고객들을 만나면서 다소 피곤했던 마음도 조금은 위로받은 듯했다.그냥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대로 열심히 하면 된다고.



끝나자마자 강원도로 돌아오는 고속버스를 예약하고 서둘러 왔지만 가족들의 저녁식사 준비시간이 늦어졌다.
서둘러 매장으로 가 고속버스로 가져온 꽃들은 물에 담가놓고 집으로 돌아와 하루종일 엄마를 기다리던 아이들과 신랑과 함께 저녁 시간을 보냈다.
다음날 우리 집에 놔두고 우리만 보기엔 너무 아쉽고 커다란 핸드타이드를 들고 애정을 품은 호작진에게 갔다.
보타닉 핸드타이드가 멋지게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가장 먼저 떠오른 곳.

역시 공간에 어울리는 꽃다발을 건네자 허작이진 씨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해 행복했다.예쁜 공간에서 오래오래 예쁘게 피어오르길…


꽃은 공간을 더욱 아름답게 빛나게 하거나 공간의 빛을 바꾸어 놓기도 한다.그래서 보다 아름답게 주어진 공간에 어울리는 꽃을 제작하는 플로리스트가 되고 싶다.
못하는 것에 좌절하지 말고, 나는 못하는 사람이기에 실망하지 말고 조금씩이라도 배우면서 조금이나마 좋은 플로리스트가 되도록 해보자!
연상이라면 괜찮겠지만 내 마음은 아직 배움의 한가운데 있는 청춘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