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정민 씻자.

  • 이 글은 2020년 8월에 혼자 쓴 글입니다.
  • 영화 ‘그냥 악에서 구해주세요’를 봤다. 황정민과 이정재가 출연하는 액션물로 알려졌다. 액션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신세계를 재미있게 본 관객 한 사람으로서 과감하게 코로나를 뚫고 예매를 했다. 사실이라기보다는 커뮤니티에 재미있다고 소문이 많이 난 상태라 안전빵으로 예매를 했다.
  • 영화는 한국식 신파도 적었고 액션 스케일도 빵빵해서 보는 내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리고 그중에서 ‘유이’ 역으로 나온 배우 박정민이라는 사람에게 눈이 가기 시작했는데, 이 배우의 코믹 연기가 영화를 너무 무겁지 않게 유지해 주는 역할이었던 것 같았다.
  • 집에 가서 검색해보니 내 최애 프로그램인 방구석 1열에서도 박정민 특집을 했다고 한다. 나는 88년생 183cm 93kg의 튼튼한 남자로 아이유를 무척 사랑하는 성인 남자인데 이날 배우 박정민을 알게 되면서 매력에 푹 빠지게 됐다.
  • 영화 ‘동주’의 손몽규 역을 이해하기 위해 혼자 먼 묘지에 다녀오기도 하고, ‘나 혼자 산다’에서 친구들과 말 한마디 없이 밥 먹는 모습 등도 참 인간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배우에게 푹 빠진 것은 바로 그가 수년간 꾸준히 써온 ‘에세이’ 때문이다.
  • 박정민은 topclass에서 이미 수년간 글을 쓰면서 생각과 에피소드를 짧고 굵게 다듬었다. 흔한 인스타그램용 감성글이 아니라 아, 이 사람은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이런 마음가짐을 가지고 사는구나’라는 느낌이 들었다.
  • 그의 칼럼 한 편을 본 뒤 곧바로 서점으로 달려가 그동안 기고한 글을 모아둔 책 쓸 만한 인간을 구입했다. 같은 내용이지만 약간의 교정이 들어간 책으로 작고 가벼워 금방 읽을 것 같지만 사기가 바쁘다는 핑계로 다 읽지는 못했다. 지금은 다 읽었다.
  • 작가 박정민은 글로 일상을 쓰거나 배우로 일하면서 겪은 일들을 글로 표현했다. 1류 배우의 화려한 삶을 보는 것이 아니라 일반 직장인 같은 고민이 담겨 있어 그 분야의 전문가 같은 냄새가 풍긴다. 이 밖에도 일상의 방향을 잠시 잃은 이들에게 반가움을 전하는 따뜻한 글들이 많았다.
  • 배우들은 TV에 자주 나와 친해지면 배우가 가진 신비성이 떨어진다고 한다. 그래서 이들은 시상식에 나가면 온갖 서투른 꼴을 하며 미소를 짓고 SNS에 의미심장한 글과 사진을 남긴다고 생각했다.
  • 이런 천룡인 같은 마인드를 가진 배우들이 보기 싫어서인지 배우 박정민이라는 사람에게 오히려 관심이 생겼다. 이 사람은 마치 우리 사무실에서 함께 일하는 직장 동료처럼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라는 본인의 생각을 상대방의 마음까지 생각하며 가볍게 정리하고 이야기하는 모습이 제가 생각한 ‘프로페셔널’의 모습처럼 보였기 때문일 수 있다.
  • 아직 박정민이라는 배우도 잘 모르겠고, 더 씹고 빨면서 작품을 찾아봐야 할 것 같다. 그래도 오랜만에 박정민이라는 배우, 작가를 알게 됐고 일개 직장인도 좋은 자극을 받아 기분 좋은 2020년 8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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