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냥 악에서 구해주세요’를 봤다. 황정민과 이정재가 출연하는 액션물로 알려졌다. 액션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신세계를 재미있게 본 관객 한 사람으로서 과감하게 코로나를 뚫고 예매를 했다. 사실이라기보다는 커뮤니티에 재미있다고 소문이 많이 난 상태라 안전빵으로 예매를 했다.
영화는 한국식 신파도 적었고 액션 스케일도 빵빵해서 보는 내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리고 그중에서 ‘유이’ 역으로 나온 배우 박정민이라는 사람에게 눈이 가기 시작했는데, 이 배우의 코믹 연기가 영화를 너무 무겁지 않게 유지해 주는 역할이었던 것 같았다.
집에 가서 검색해보니 내 최애 프로그램인 방구석 1열에서도 박정민 특집을 했다고 한다. 나는 88년생 183cm 93kg의 튼튼한 남자로 아이유를 무척 사랑하는 성인 남자인데 이날 배우 박정민을 알게 되면서 매력에 푹 빠지게 됐다.
영화 ‘동주’의 손몽규 역을 이해하기 위해 혼자 먼 묘지에 다녀오기도 하고, ‘나 혼자 산다’에서 친구들과 말 한마디 없이 밥 먹는 모습 등도 참 인간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배우에게 푹 빠진 것은 바로 그가 수년간 꾸준히 써온 ‘에세이’ 때문이다.
박정민은 topclass에서 이미 수년간 글을 쓰면서 생각과 에피소드를 짧고 굵게 다듬었다. 흔한 인스타그램용 감성글이 아니라 아, 이 사람은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이런 마음가짐을 가지고 사는구나’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의 칼럼 한 편을 본 뒤 곧바로 서점으로 달려가 그동안 기고한 글을 모아둔 책 쓸 만한 인간을 구입했다. 같은 내용이지만 약간의 교정이 들어간 책으로 작고 가벼워 금방 읽을 것 같지만 사기가 바쁘다는 핑계로 다 읽지는 못했다. 지금은 다 읽었다.
작가 박정민은 글로 일상을 쓰거나 배우로 일하면서 겪은 일들을 글로 표현했다. 1류 배우의 화려한 삶을 보는 것이 아니라 일반 직장인 같은 고민이 담겨 있어 그 분야의 전문가 같은 냄새가 풍긴다. 이 밖에도 일상의 방향을 잠시 잃은 이들에게 반가움을 전하는 따뜻한 글들이 많았다.
배우들은 TV에 자주 나와 친해지면 배우가 가진 신비성이 떨어진다고 한다. 그래서 이들은 시상식에 나가면 온갖 서투른 꼴을 하며 미소를 짓고 SNS에 의미심장한 글과 사진을 남긴다고 생각했다.
이런 천룡인 같은 마인드를 가진 배우들이 보기 싫어서인지 배우 박정민이라는 사람에게 오히려 관심이 생겼다. 이 사람은 마치 우리 사무실에서 함께 일하는 직장 동료처럼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라는 본인의 생각을 상대방의 마음까지 생각하며 가볍게 정리하고 이야기하는 모습이 제가 생각한 ‘프로페셔널’의 모습처럼 보였기 때문일 수 있다.
아직 박정민이라는 배우도 잘 모르겠고, 더 씹고 빨면서 작품을 찾아봐야 할 것 같다. 그래도 오랜만에 박정민이라는 배우, 작가를 알게 됐고 일개 직장인도 좋은 자극을 받아 기분 좋은 2020년 8월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