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태 지음 / RHK출판사 2015, 10, 16 전면개정판
물거품 같은 몸을 보았고 신기루가 자연을 이루었다.화려하게 피는 꽃송이를 베어낸다면 살아서 죽지는 않을 것이다. 보신여말환법자연연연화촉부단사 법구경
해바라기 소방대원 8명이 도착했다. 묵직한 뚜껑이 얼면서 3명이 들어 올렸다. 반장이 직접 로프를 타고 내려갔다. 반장이 그를 들어올리기 위해 그의 온몸에 밧줄을 감아 돌렸는데 그는 매듭을 내려다보고 잘못 묶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미 자신감을 되찾고 있다. 1995년의 마지막 날이라는 답을 기대하며 반장에게 오늘이 며칠이냐고 물었다. ‘1월 6일입니다’ ‘새해는 이미 시작됐다. 시간은 그의 바깥으로 6일 동안 흘렀다. 암흑은 그를 195시간 동안 가두었다가 해방되었다. P50
구급차에 실려 구출된 것을 그는 겨우 깨달았다. 그곳은 그 지역에서 가장 높고 가장 조용한 곳이었다. 그리고 앰뷸런스는 그가 송년회를 열었던 식당 함지박을 지나갔지만 구출된 출구에서 1분이 걸리는 거리였다. 그 길 아래 미로는 그에게 아프레를 요구한 것이다. 병원에 도착하니 그의 손은 예상대로 부어 있었다. 그의 머릿속에 있는 커다란 손을 가진 호문쿨루스는 실재의 육체로 그렇게 구현되어 있었다. 그는 놀라움에 못 이겨 그를 되살려 준 열 손가락 하나가 고마웠다. 죽음을 마치자 내 인생이 아주 선명해졌다.P51
♧검은 수면 위의 해바라기를 발견한 사람은 조성철, 그를 발견한 삼창빌라 주민은 김충배, 구조대 반장은 현철호 씨다. 이들은 매년 연말연시에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만나 1년 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나눈다.조성철은 병원에 입원한 직후 가족이 택시로 달려오는 동안 혼자 냉수 샤워를 했다. 아프레코를 먹지 않고 수면도 하지 않았지만 손이 부은 것 외에는 몸에 이상이 없었다.P52
☞과연 나라면 지하수 관로에 9일 동안 갇혀 있었으면? 공포 추위 악취 쇠퇴해 가는 정신적 육체적 건강, 희망을 버리지 않고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었을까.
▶성에 새긴 이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배우는 데 평생 걸린다. 루시아스 세네카 우주는 큰 책 한 권이고 인생은 큰 학교다. 임오당
그녀는 배가 잘 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녀의 생일이 아닌가.그러나 몇 초 후, 그녀는 가만히 서 있을 수가 없었다. 서이말 등대 남동쪽 12킬로미터, 오전 9시 48분이었다. 몸이 흔들리는 순간 조타실 내부의 모든 윤곽이 이중삼중으로 흔들렸다. 시커먼 연기가 힘차게 조타실의 앞 유리를 두드려 가렸다.선교가 거대한 연기에 휩싸였다.조타실의 전원이 꺼지고 캄캄한 방에 연기가 자욱했다. 바닥이 갑자기 기울어져 그녀는 미끄러지지 않도록 단서를 찾았다. 몇 초 전에 갑판을 부수며 폭음이 울렸던 것이다. 쇠를 찢어 날려버리는 폭음이었다. 바로 옆에서 천둥이 치는 것 같았다. 아,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선장은 침착하고 빈틈이 없어 보였다. 그는 캄캄한 조타실에서 마이크를 잡고 소리쳤다. 메이데이! 메이데이! 디스피 하모니! 메이데이! 메이데이! 디스피 하모니! 메이 데이! 메이 데이!」긴급 조난을 알리는 긴급한 소리가 퍼졌다. VHF 16번, 근해의 모든 배를 들을 수 있는 항무통신 채널이었다.선장은 조타실을 나서자마자 인원을 점검했다. 갑판장은요? 사고가 난 것 같습니다라며 12명만 모이고 4명이 실종됐다. 불과 몇 시간 전에 함께 출항했는데 이런 일이 생기다니.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될 것인가. 선장은 여학생 2명이 초췌한 것을 보았다. p72
구명조끼를 입은 선원들은 모두 물에 뛰어들어 불길을 피했다. 그녀는 죽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22살이 될 때까지 이런 일은 없었다. 죽을 위기는커녕 다친 적도 없었다. 승무원 각자가 배를 떠날 때마다 그녀는 거의 죽어가는 것 같았다. 기름안개는 그녀의 얼굴에 검댕을 칠하고 또 칠했다. 옆에선 실기사가 소리쳤다. 우리만 두고 가면 어떡해요!”
전 수영을 못해요! 어떡해! 멀리 헤엄칠 수 없다는 뜻이었어. 김학실은 자신도 똑같이 외친 줄 알았다. 그때 옆에 남은 선장이 소리쳤다. “나도 못해!” 그는 정말로 수영을 못했을까? 그들을 진정시키고 싶었던 것일까? 시간은 터지고 다음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들은 이제 함께 죽어야 했다.
그때 삭풍 속에서 누군가가 소리쳤다. “여기 있어라! 이걸 잡아라!” 누가 배에 남아있었는지 소리는 왼쪽 위여서 그것이 윙브리지인지 기울어진 선미 갑판의 왼쪽인지는 알 수 없었다. 아무도 제정신이 아니었다 하지만 분명했다. 심경철 2항사가 거기서 튜브를 던졌다.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 단순하고 확실한 동작이었다. 여러분들이 살았으면 좋겠다그래서 이걸 드린다 그런 동작이었다. 누구나 기적을 원한다. 하지만 스스로 기적을 이루는 사람도 있다. 주황색에 회색 띠 네 개가 눈 앞 바다에 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미련 없이 다이빙을 했다. 세 사람이 미안해할 틈도 주지 않았다. 그리고 물 밑으로 가라앉더니 연꽃처럼 떠서 튜브를 지나 헤엄쳐 갔다.그에게도 구명조끼가 없었다.p77
강한 바람이 높은 파도를 울리며 공중에서 휘파람을 울렸다. 2항사가 목숨을 건졌다. 그녀의 마음속에서 누군가가 말했다. 앞으로는 운항실습이 아니면 연습 없이 태어나는 것처럼 인생에 실습은 없다고. 살아서 2항사에게 보답해야 한다고.
김영희는 이 바다로 뛰어들었다. 갑판에서 수면까지는 사람 키였다. 그도 생사의 기로에 몸을 던졌다.몸이 공중에 뜬 순간과 차가운 수면을 뚫은 순간의 구분이 없다. 살아야 했고 급박했다.김정은은 물에 젖은 채 튜브를 잡았다. 그녀는 김학실의 튜브만 못해도 버둥거리자 잡아주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배에서 뛰어내린 이창무 선장이 건너와 튜브를 잡았다. 바다는 강력하고 미끈거리는 검은 기름막과 불길이 가득했다. 가루눈이 녹아내릴 듯 말 듯 하였고 재앙의 검은 연기가 산등성이처럼 거대하게 솟아올랐다. 피하모니의 후미 갑판은 이미 수면 아래에 설치돼 있다. p78
바닷물은 섭씨 7도, 수면은 영하 7도였다. 몸은 버티지 못했다. 그들은 알고 있었다. 36.5도의 체온은 서서히 내려가 15분 이상 지나면 의식을 잃는다. 15분 그 안에 배가 올까? 우리를 구해 줄 배가. 10초도 견디기 힘든 이 바다를 가르고 그녀는 작업복 위에 점퍼를 입었지만 소용없었다. 피부가 얇아 체온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턱이 떨리고 위아래 이빨이 부딪쳤다. 드르륵-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입술이 푸른색으로 변해갔다. 추위가 얼음을 녹여 피를 혈관에서 얼리는 것 같았다. p79
살고 싶다는 소원은 끝난다. 몇 분 살아도 비관은 싫었다. 사는 데 꽃이 절실하면 묘목에 그려야 했다. 그러나 그녀는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아 더 이상 견딜 수 없다고 느꼈다. 그 느낌이 어렴풋이 지나갔다. 아, 이젠 틀렸다고 생각한다. 선장이 소리를 질렀다. “힘이 다한 것 같아.”라고 그는 이마에 주름이 잡히고, 눈이 조금씩 풀렸다. “힘내세요.그만 참아요. 저기 구명정이 와 있어요. 기운 내세요.
가스운반선 가스파라곤호였다. 이 배는 박민 2항사, 구희병 2기사, 김창오 조기수 등을 구출했다. 그리고 이 배가 내려준 구명정이 피하모니가 침몰한 곳으로 나왔다. 반팔 티셔츠를 입은 주방장과 기관장을 구출해 튜브로 접근했다.그들과 선장은 가장 오래 물속에 있었고 마지막 살 기회가 있었다. 물에 뛰어든 지 40분이 넘었다. 구명정은 튜브 오른쪽으로 미끄러져 가까운 김정은을 주운 채 그대로 빠져나왔다. 파도가 거세 나머지 2명을 때리지 않기 위해서였다. 배는 선회했다가 다시 왔다. 그리고 김학실을 끌어올리자 그녀는 보트를 타고 몹시 떨었다. “선장이 남았다.”라고 그녀는 말했다. 배는 튜브가 있는 자리로 돌아갔다. 처음에 나는 그들이 잘못 본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아니면 잘못 본 거였거나? 선장이 떠 있어야 할 바닥에는 튜브만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근처에는 기름띠가 떠 있었다.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p83
구명정을 몰던 선원이 누가 남아 있었느냐고 물었다. “선장님!” 하고 그녀들은 외쳤다. 잠시 물에 잠겼을 것이다. “선장님!”이라고 그녀들은 조금 전까지 서 있던 자리를 향해 외쳤다. 배는 여러 번 바다를 돌았고, 그녀들은 선장을 불렀다. 그는 정신을 잃고서도 기억날 것 같았다. 조금 전까지 그가 옆에서 해 준 말이 김학실의 귓전을 맴돌았다. 자, 조금만 더 참자. 배가 우리를 향해 오는거야.. 앞으로 얼마나 남았을까? ………… 하지만, 사람이 없는 수면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길이 110m, 무게 5.544t, 선령 8년의 기름을 실어 나른 페피하모니와 함께 선장은 제 몫을 했다. p84
몸의 온기는 천천히 돌아왔다. 그녀는 그와 함께 가슴 아픈 전갈을 받아야 했다. 튜브를 던진 심경철 2항사가 끝내 사망하고 말았다고 한다. 가스파라곤호가 인수했지만 구명조끼도 없이 수영하다 보니 체온도 잃고 힘이 다 빠진 것 같다고 누군가 말했다. 그는 목포해양대를 졸업하고 3년 의무승선 만기가 두 달 남은 상태였다. 그는 선량하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는 얼굴이었다. 두 달 전 피서지로 나가 실습생들에게 힘든 점은 없는지 늘 묻고 돌보던 사람이었다. p85
함께 배에 탔던 16명의 선원 중 9명이 사망하고 7명만 살아남았다. 탱크가 폭발했을 때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카무이식 갑판수는 구명조끼를 입었지만 바다에서 사망했다. 24세였던 이승호 3기사도 바다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눈시울에 뭔가가 웅얼웅얼 남아 있자 누운 그녀의 뺨을 타고 주르르 흘러내렸다. 그녀는 뜨거운 줄기를 손으로 닦아냈다. 눈물은 좀처럼 멈추지 않았다. 연꽃에 뜬 2항사를 생각했다. 세계는 머무는 곳마다 배움
권기태 지음 / RHK출판사 2015, 10, 16 전면개정판
물거품 같은 몸을 보았고 신기루가 자연을 이루었다.화려하게 피는 꽃송이를 베어낸다면 살아서 죽지는 않을 것이다. 보신여말환법자연연연화촉부단사 법구경
해바라기 소방대원 8명이 도착했다. 묵직한 뚜껑이 얼면서 3명이 들어 올렸다. 반장이 직접 로프를 타고 내려갔다. 반장이 그를 들어올리기 위해 그의 온몸에 밧줄을 감아 돌렸는데 그는 매듭을 내려다보고 잘못 묶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미 자신감을 되찾고 있다. 1995년의 마지막 날이라는 답을 기대하며 반장에게 오늘이 며칠이냐고 물었다. ‘1월 6일입니다’ ‘새해는 이미 시작됐다. 시간은 그의 바깥으로 6일 동안 흘렀다. 암흑은 그를 195시간 동안 가두었다가 해방되었다. P50
구급차에 실려 구출된 것을 그는 겨우 깨달았다. 그곳은 그 지역에서 가장 높고 가장 조용한 곳이었다. 그리고 앰뷸런스는 그가 송년회를 열었던 식당 함지박을 지나갔지만 구출된 출구에서 1분이 걸리는 거리였다. 그 길 아래 미로는 그에게 아프레를 요구한 것이다. 병원에 도착하니 그의 손은 예상대로 부어 있었다. 그의 머릿속에 있는 커다란 손을 가진 호문쿨루스는 실재의 육체로 그렇게 구현되어 있었다. 그는 놀라움에 못 이겨 그를 되살려 준 열 손가락 하나가 고마웠다. 죽음을 마치자 내 인생이 아주 선명해졌다.P51
♧검은 수면 위의 해바라기를 발견한 사람은 조성철, 그를 발견한 삼창빌라 주민은 김충배, 구조대 반장은 현철호 씨다. 이들은 매년 연말연시에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만나 1년 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나눈다.조성철은 병원에 입원한 직후 가족이 택시로 달려오는 동안 혼자 냉수 샤워를 했다. 아프레코를 먹지 않고 수면도 하지 않았지만 손이 부은 것 외에는 몸에 이상이 없었다.P52
☞과연 나라면 지하수 관로에 9일 동안 갇혀 있었으면? 공포 추위 악취 쇠퇴해 가는 정신적 육체적 건강, 희망을 버리지 않고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었을까.
▶성에 새긴 이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배우는 데 평생 걸린다. 루시아스 세네카 우주는 큰 책 한 권이고 인생은 큰 학교다. 임오당
그녀는 배가 잘 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녀의 생일이 아닌가.그러나 몇 초 후, 그녀는 가만히 서 있을 수가 없었다. 서이말 등대 남동쪽 12킬로미터, 오전 9시 48분이었다. 몸이 흔들리는 순간 조타실 내부의 모든 윤곽이 이중삼중으로 흔들렸다. 시커먼 연기가 힘차게 조타실의 앞 유리를 두드려 가렸다.선교가 거대한 연기에 휩싸였다.조타실의 전원이 꺼지고 캄캄한 방에 연기가 자욱했다. 바닥이 갑자기 기울어져 그녀는 미끄러지지 않도록 단서를 찾았다. 몇 초 전에 갑판을 부수며 폭음이 울렸던 것이다. 쇠를 찢어 날려버리는 폭음이었다. 바로 옆에서 천둥이 치는 것 같았다. 아,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선장은 침착하고 빈틈이 없어 보였다. 그는 캄캄한 조타실에서 마이크를 잡고 소리쳤다. 메이데이! 메이데이! 디스피 하모니! 메이데이! 메이데이! 디스피 하모니! 메이 데이! 메이 데이!」긴급 조난을 알리는 긴급한 소리가 퍼졌다. VHF 16번, 근해의 모든 배를 들을 수 있는 항무통신 채널이었다.선장은 조타실을 나서자마자 인원을 점검했다. 갑판장은요? 사고가 난 것 같습니다라며 12명만 모이고 4명이 실종됐다. 불과 몇 시간 전에 함께 출항했는데 이런 일이 생기다니.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될 것인가. 선장은 여학생 2명이 초췌한 것을 보았다. p72
구명조끼를 입은 선원들은 모두 물에 뛰어들어 불길을 피했다. 그녀는 죽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22살이 될 때까지 이런 일은 없었다. 죽을 위기는커녕 다친 적도 없었다. 승무원 각자가 배를 떠날 때마다 그녀는 거의 죽어가는 것 같았다. 기름안개는 그녀의 얼굴에 검댕을 칠하고 또 칠했다. 옆에선 실기사가 소리쳤다. 우리만 두고 가면 어떡해요!”
전 수영을 못해요! 어떡해! 멀리 헤엄칠 수 없다는 뜻이었어. 김학실은 자신도 똑같이 외친 줄 알았다. 그때 옆에 남은 선장이 소리쳤다. “나도 못해!” 그는 정말로 수영을 못했을까? 그들을 진정시키고 싶었던 것일까? 시간은 터지고 다음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들은 이제 함께 죽어야 했다.
그때 삭풍 속에서 누군가가 소리쳤다. “여기 있어라! 이걸 잡아라!” 누가 배에 남아있었는지 소리는 왼쪽 위여서 그것이 윙브리지인지 기울어진 선미 갑판의 왼쪽인지는 알 수 없었다. 아무도 제정신이 아니었다 하지만 분명했다. 심경철 2항사가 거기서 튜브를 던졌다.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 단순하고 확실한 동작이었다. 여러분들이 살았으면 좋겠다그래서 이걸 드린다 그런 동작이었다. 누구나 기적을 원한다. 하지만 스스로 기적을 이루는 사람도 있다. 주황색에 회색 띠 네 개가 눈 앞 바다에 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미련 없이 다이빙을 했다. 세 사람이 미안해할 틈도 주지 않았다. 그리고 물 밑으로 가라앉더니 연꽃처럼 떠서 튜브를 지나 헤엄쳐 갔다.그에게도 구명조끼가 없었다.p77
강한 바람이 높은 파도를 울리며 공중에서 휘파람을 울렸다. 2항사가 목숨을 건졌다. 그녀의 마음속에서 누군가가 말했다. 앞으로는 운항실습이 아니면 연습 없이 태어나는 것처럼 인생에 실습은 없다고. 살아서 2항사에게 보답해야 한다고.
김영희는 이 바다로 뛰어들었다. 갑판에서 수면까지는 사람 키였다. 그도 생사의 기로에 몸을 던졌다.몸이 공중에 뜬 순간과 차가운 수면을 뚫은 순간의 구분이 없다. 살아야 했고 급박했다.김정은은 물에 젖은 채 튜브를 잡았다. 그녀는 김학실의 튜브만 못해도 버둥거리자 잡아주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배에서 뛰어내린 이창무 선장이 건너와 튜브를 잡았다. 바다는 강력하고 미끈거리는 검은 기름막과 불길이 가득했다. 가루눈이 녹아내릴 듯 말 듯 하였고 재앙의 검은 연기가 산등성이처럼 거대하게 솟아올랐다. 피하모니의 후미 갑판은 이미 수면 아래에 설치돼 있다. p78
바닷물은 섭씨 7도, 수면은 영하 7도였다. 몸은 버티지 못했다. 그들은 알고 있었다. 36.5도의 체온은 서서히 내려가 15분 이상 지나면 의식을 잃는다. 15분 그 안에 배가 올까? 우리를 구해 줄 배가. 10초도 견디기 힘든 이 바다를 가르고 그녀는 작업복 위에 점퍼를 입었지만 소용없었다. 피부가 얇아 체온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턱이 떨리고 위아래 이빨이 부딪쳤다. 드르륵-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입술이 푸른색으로 변해갔다. 추위가 얼음을 녹여 피를 혈관에서 얼리는 것 같았다. p79
살고 싶다는 소원은 끝난다. 몇 분 살아도 비관은 싫었다. 사는 데 꽃이 절실하면 묘목에 그려야 했다. 그러나 그녀는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아 더 이상 견딜 수 없다고 느꼈다. 그 느낌이 어렴풋이 지나갔다. 아, 이젠 틀렸다고 생각한다. 선장이 소리를 질렀다. “힘이 다한 것 같아.”라고 그는 이마에 주름이 잡히고, 눈이 조금씩 풀렸다. “힘내세요.그만 참아요. 저기 구명정이 와 있어요. 기운 내세요.
가스운반선 가스파라곤호였다. 이 배는 박민 2항사, 구희병 2기사, 김창오 조기수 등을 구출했다. 그리고 이 배가 내려준 구명정이 피하모니가 침몰한 곳으로 나왔다. 반팔 티셔츠를 입은 주방장과 기관장을 구출해 튜브로 접근했다.그들과 선장은 가장 오래 물속에 있었고 마지막 살 기회가 있었다. 물에 뛰어든 지 40분이 넘었다. 구명정은 튜브 오른쪽으로 미끄러져 가까운 김정은을 주운 채 그대로 빠져나왔다. 파도가 거세 나머지 2명을 때리지 않기 위해서였다. 배는 선회했다가 다시 왔다. 그리고 김학실을 끌어올리자 그녀는 보트를 타고 몹시 떨었다. “선장이 남았다.”라고 그녀는 말했다. 배는 튜브가 있는 자리로 돌아갔다. 처음에 나는 그들이 잘못 본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아니면 잘못 본 거였거나? 선장이 떠 있어야 할 바닥에는 튜브만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근처에는 기름띠가 떠 있었다.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p83
구명정을 몰던 선원이 누가 남아 있었느냐고 물었다. “선장님!” 하고 그녀들은 외쳤다. 잠시 물에 잠겼을 것이다. “선장님!”이라고 그녀들은 조금 전까지 서 있던 자리를 향해 외쳤다. 배는 여러 번 바다를 돌았고, 그녀들은 선장을 불렀다. 그는 정신을 잃고서도 기억날 것 같았다. 조금 전까지 그가 옆에서 해 준 말이 김학실의 귓전을 맴돌았다. 자, 조금만 더 참자. 배가 우리를 향해 오는거야.. 앞으로 얼마나 남았을까? ………… 하지만, 사람이 없는 수면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길이 110m, 무게 5.544t, 선령 8년의 기름을 실어 나른 페피하모니와 함께 선장은 제 몫을 했다. p84
몸의 온기는 천천히 돌아왔다. 그녀는 그와 함께 가슴 아픈 전갈을 받아야 했다. 튜브를 던진 심경철 2항사가 끝내 사망하고 말았다고 한다. 가스파라곤호가 인수했지만 구명조끼도 없이 수영하다 보니 체온도 잃고 힘이 다 빠진 것 같다고 누군가 말했다. 그는 목포해양대를 졸업하고 3년 의무승선 만기가 두 달 남은 상태였다. 그는 선량하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는 얼굴이었다. 두 달 전 피서지로 나가 실습생들에게 힘든 점은 없는지 늘 묻고 돌보던 사람이었다. p85
함께 배에 탔던 16명의 선원 중 9명이 사망하고 7명만 살아남았다. 탱크가 폭발했을 때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카무이식 갑판수는 구명조끼를 입었지만 바다에서 사망했다. 24세였던 이승호 3기사도 바다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눈시울에 뭔가가 웅얼웅얼 남아 있자 누운 그녀의 뺨을 타고 주르르 흘러내렸다. 그녀는 뜨거운 줄기를 손으로 닦아냈다. 눈물은 좀처럼 멈추지 않았다. 연꽃에 뜬 2항사를 생각했다. 세계는 머무는 곳마다 배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