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그를 나교수라고 부른다
<나훈아 외전>
60세가 넘은 그가 두 분만 빈둥거리며 처용무를 췄다니.
전설이 될 이야기 한 조각 해줄까?
3천만 명의 눈이 벨트를 풀고 셔츠를 찢어서 삼킨 디
실황 중계를 보는 눈에서 피가 튀어서
봉두난발이 메두사의 혀처럼 흔들렸다고.
다 보여주려고 밑창에 올라간 그곳은 절벽 위였을까?
그 떨어진 곳
바느질하기 어려울 것 같은 풍선이
헤어져서 헤어졌다는 소문에 귀가 솔깃하다
지금도 유행가에 감도는 후렴구.
벗을까요?그러게 벗어봐.아니, 쇼를 하는 거야.
200년 이상 지난 뒤의 세상을 헤매다
전설의 한마디를 하자면
그의 아가미는 퇴화한 지 오래여서
그는 노래와 함께 깊은 겨울잠으로 숨었다고 하는데,
다시는 그의 노래를 들을 수 없었다던데?
십수 년 전인가. 나훈아가 기자회견장에서 바지 벨트 푸는 퍼포먼스를 한 적이 있다. 벗을까요?TV를 보던 끙 앓던 나는 벗으라고 박수를 쳤고, 눈이 빨갛고 울기 직전의 남편은 나에게 등 스매시를 날렸다. 그 사건 이후 나훈아는 자취를 감췄고 바람을 맞거나 식물인간이 됐다는 소문만 무성했다.
남편은 나훈아의 열렬한 팬이었다. 항상 나훈아를 나교수라고 불렀다. 아침 운동을 나가도 이어폰 안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는 나훈의 노래였다. 나는 그런 남편에게 싼 귀를 가지고 있다고 비하했어. 의기소침해 있던 남편에게 힘내라고 공연히 시 한 편을 써서 진상(?)했다. <나훈아 외전>이다. 후후)
그런 나훈아가 3년 전 콘서트를 시작으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공연장에 가본 적이 없지만 참가자들이 전하는 말에 따르면 여전히 왕성하고 멋진 ‘수돌’의 면모가 그대로 있었다고 한다.
얼마 전 신문에 ‘나훈아 9화’라는 새 앨범이 나왔다는 기사도 나왔다. 그치지 않고 이번 추석을 맞아 프로그램에도 출연한다고 한다. 74세 나이를 먹은 가수가 데뷔 54년간 정상을 지킨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쓸쓸한 일일까.
반세기 전 한국 남자 가수는 나훈아와 남진만 있는 것 같았다. 동네 언니들도 나훈, 팬, 남진, 팬으로 나뉘었다. 두 가수 모두 지금까지 한국 트로트의 양대 산맥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의 행동은 스타일만큼이나 달랐다.
남진은 대중 속에서 함께 호흡하며 살고, 나훈아는 대중과 떨어져 신비주의를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남진은 물처럼 땅속으로 스며들었고, 나훈아는 산이나 구름처럼 높은 곳에 숨었다. 대중은 나훈아를 그리워한다. 그가 다시 앨범도 내고 방송에도 나와 무뚝뚝하고 말없는 얇은 멘트를 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한다. 남편의 말대로 나 교수의 노래를 하루빨리 실물로 알현하고 싶다.
TV 노래 프로그램에 남진이 나와 남도 사투리를 마구 날리며 두터운 웃음을 웃고 있다. 남편에게 물었다. “저렇게 사는 남진이 더 행복할까?” 높은 곳에 숨어사는 나훈아가 더 행복할까?남편이 어렴풋이 눈을 천장에 뜨고 가엾게 말한다. 나 교수는 거기서 얼마나 외로울까. 이제 내려와도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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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글은 한 달 전쯤에 써놓은 글이다. 급기야 어제 저녁 기다리던 나훈아의 콘서트가 TV 화면을 통해 전국으로 배달됐다. 친구와 친척들까지 며칠 전부터 정보를 공유하며 공연을 기다려왔다.
남편과 나는 공연 내내 소년소녀가 아이돌 공연을 보는 것처럼 열광했다. 노래도 함께 부르며 3시간 가까이 한 장면이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화장실도 참고 TV에 몸을 기댔다. 후반부로 갈수록 야생사자 한 마리가 정글을 누비는 듯했다. 꽃소년들의 고운 얼굴에 젖어 있던 그동안의 피로감(?)을 씻어준 정글 같은 공연이었다.”과연 나훈” “명불허전”이라는 목소리가 연신 남편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그 나이에 그 목소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노력이 있었을까.나도 저렇게 살았어야 했는데 너무 대충 살았다는 자기 성찰까지 하면서 화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남편의 모습이 재미있기도 하고 숙연하기도 했다.
오늘 아침에 일어난 남편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인터넷에서 나훈이 콘서트 검색해 보는 것이었다. 아직도 어제의 감흥을 잊지 못할 것처럼 상기되고 있다. 한 대중 가수가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를 판단하는 힘든 시간이었다.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