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부터 이전에 건성으로 보던 KBO 시청률 100위상을 좀 더 진지하게 봤다.처음엔 밥 먹을 때쯤 TV를 켰을 때 나오는 걸 봤지만 편성표를 확인해 매일 저녁 7시에 본방송을 하고 다음 날 12시에 재방송을 한다는 걸 알았다. 금요일부터 어떤 경기가 시청률이 높았는지를 기록하기 시작했는데 마침 그날이 50위부터여서 top 50을 알 수 있었다.이런 나의 행동은 야구가 빨리 시작되기를 비는 행위라고 선언하며 내 저녁시간 2시간을 바쳤다. (웃음)
결과는 처음 얼핏 봤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매일 밤 기아의 경기 하이라이트를 보는 상황.또 기아의 상대는 한화든 롯데든 삼성이었다.처음엔 기아와 롯데의 경기가 많은 줄 알았는데 계속 보니 한화도 많이 나왔다.기록으로 보면 내가 본 50경기 중 기아는 40경기에 나갔고 그 상대로 롯데가 15번, 한화가 13번을 붙었다.이에 비해 삼성이 기아의 상대인 적은 예상보다 적어 6경기밖에 없었다. 삼성과 롯데의 경기가 많아 보이지만 한 경기씩이었고 한화 대 삼성, 한화 대 롯데가 3경기씩이었다.SK와 NC의 경기는 한 번도 없었고 한 번 나온 KT는 2017년 기아가 정규리그 우승을 결정짓는 경기 상대였다.두산은 3번 나왔는데 그중 두 번은 준플레이오프였다. 넥센이 2번, LG가 2번
기아 팬이 많아 기아 경기가 인기가 있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기아만으로는 시청률을 낼 수 없다는 점도 드러났다. 기아는 한화나 롯데와 같은 수의 경기를 다른 팀과도 치렀는데도 다른 팀과의 경기가 나오지 않는 것은 기아 팬 위에 한화나 롯데 팬이 배치돼야 시청률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 프로그램은 기아 한화 롯데 삼성 등 4개 팀 10년 경기의 하이라이트이자 KBO 전체라고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번 순위는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간 기록이지만 순위에 많이 올라 있는 2011년, 2012년 경기든 18년 경기든 모두 앞선 4팀만 나왔다.지난해 꼴찌에서 1, 2, 3, 4위였던 팀의 하이라이트.지난 10년 동안 네 팀의 경기는 내게는 그저 그런 실력인 것 같다.김재호나 허경민이라면 잡고 아웃시키는 땅볼이 외야수 앞까지 굴러가는 안타가 되고, 정수빈이나 박건우라면 플라이아웃이 되었을 공이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가 된다.두산을 비롯한 수도권 팀들이 훨씬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데도 그 팀 경기를 보는 시청자는 적다는 게 아이러니다.
5일동안 이 방송을 보면서 점점 마음이 무거워졌다.이런 현실이라면 앞으로 야구가 팬들을 더 흡수하고 발전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정말 야구는 나 같은 지방 출신 가운데 노인들이 보는 레저에 가까운 운동인가.
우리 애만 봐도 요즘 서울 애들은 야구를 안 보는데 그건 야구가 걔네 인생에 현실적이지 않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운동을 좋아하는 남자 애라면 스스로 할 수 있는 농구 같은 걸 하고 군대에 가면 축구는 기본적으로 해 본 적이 있다.내가 어렸을 때는 동네 공터에서 남자애들이 놀이로 야구를 했는데 서울에서 그런 곳은 없다.정식으로 야구클럽에 가입하면 몰라도 동네 아이들과 하는 엉터리 야구는 할 수 없게 됐다.그래서 아이들에게 야구는 선수들처럼 먼 구경거리, 혹은 지방 출신의 아버지 어머니 같은 것이 돼 버렸는지도 모른다.
지방에 살거나 지방에서 올라온 서울 사람 기아 롯데 한화 삼성 팬이 없으면 한국 야구가 쪼그라든다는 생각이 든다.그런데 그 팀이 작년에 다 못했으니 그것도 궁금하다.문제는 올해도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청백전을 보니 선수들의 질이 다른 것 같다.아무리 서울팜을 좋아하고 좋은 선수를 1차 지명을 할 수 있다 해도 2차 지명은 전국구인데 왜 수도권 팀에 간 선수들은 잘하고 지방 팀에 간 선수들은 못하는지… 그것도 정말 이해가 안 간다.
올해는 기아, 롯데, 한화, 삼성 프런트와 선수들이 제발 열심히 해 달라!